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 여성운동가 첫 피살

2021.11.07 21:27 입력 2021.11.07 21:33 수정

‘탈출 지원’ 수상한 연락 받고

“셀 수 없이 많은 총상에 사망”

신원 미상 3명도 함께 숨져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해온 20대 여성운동가를 비롯한 여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FP통신은 7일 카리 사예드 호스티 탈레반 내무부 대변인이 전날 성명을 통해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여성 4명을 살해한 용의자 2명을 체포했고, 용의자들로부터 여성들을 집으로 유인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프간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여성 활동가이자 경제학 강사인 프로잔 사피(29)의 시신이 확인됐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탈레반이 지난 8월 수도 카불을 장악한 이후 알려진 최초의 여성 인권운동가 사망 사건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나머지 살해된 여성 3명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들도 여성 활동가라는 일부 보도가 나왔다.

프로잔은 지난달 20일 독일로의 망명을 도와주겠다는 익명의 전화를 받고 짐을 챙겨 집을 떠났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그의 여동생인 리타는 “머리, 심장, 가슴, 신장, 다리 등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총상이 있었다”며 “프로잔의 약혼 반지와 가방도 모두 빼앗겼다”고 말했다.

여성 인권운동가의 죽음은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에 만연한 공포감을 보여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아프간에서는 보복 살해가 만연해졌으며, 여성이 교육받거나 일할 권리 등이 사실상 박탈됐다.

이에 여성들은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를 정기적으로 열어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숨진 프로잔도 이 같은 시위에 참여해왔다.

아프간 활동가들은 여성단체에 침투해 위협하는 탈레반에 쫓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활동가들은 자신들도 왓츠앱 메신저 등을 통해 ‘아프간 탈출을 도와주겠다’는 수상한 연락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아프간 지부는 탈레반이 34개 주 가운데 단 3개 주에서만 구호단체 여직원들의 활동을 허용하는 등 여성 활동가들의 활동을 금지하고 있어 인도주의적 재난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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