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참극’ 파키스탄 홍수 사망자 1000명 넘어…“기후 디스토피아의 문 앞에 있다”

2022.08.29 09:03 입력 2022.08.29 21:06 수정

“국토 3분의 1 물에 잠긴다”

파키스탄 국제사회 지원 호소

홍수로 인해 대피하는 파키스탄 이재민들/AFP연합뉴스

홍수로 인해 대피하는 파키스탄 이재민들/AFP연합뉴스

우기를 맞아 3개월째 큰비가 내리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길 위기이며 이재민들이 피난에도 애를 먹고 있다. 가축과 농작물이 물에 휩쓸려가 홍수가 수습된 후에도 식량위기가 찾아올 전망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기후 대참극’을 맞았다고 선언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돌발 홍수로 고통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 전역에서 주말에도 ‘물폭탄’이 계속 쏟아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건물이 파괴되고 도로가 잠겼다는 보고가 잇달았다. 파키스탄 재난관리청은 28일(현지시간) 총사망자 수가 1061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100명게 사망했고, 대부분 남서부 신드주와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와주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파키스탄인 7명 중 1명에 해당하는 3300만명이 홍수 피해를 입었고, 약 30만 채의 가옥이 파괴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언론은 최근 24시간 동안 최소 8만3000마리의 가축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물이 불어난 곳에서는 목숨을 건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다리, 도로 등 기반시설이 침수돼 구조작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살다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고향 발루치스탄주 간다카를 방문한 대학생 자말리(32)는 “수위가 4피트(약 1.22m)에 불과했을 때 짐을 싸고 트랙터에 타서 대피했다. 이제 수위가 8피트(약 2.44m)로 높아져 사람들을 트랙터에 태울 수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발루치스탄주는 75%가 물에 잠긴 것으로 보고됐다. 이 지역의 퇴직 경찰관 니자무딘(65)은 “집의 90%가 무너졌고 가축도 죽었다”며 “의약품, 식품, 텐트와 의료기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발루치스탄주 자파라바드를 방문해 “이런 홍수를 평생 본 적이 없다. 앞장서서 도와주길 바란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파키스탄의 유명 관광지인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마누르 계곡은 최소 10개의 다리가 파괴되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갇혔다. 기자들을 공무원으로 생각한 주민들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서 떠날 수 없다” “보급품과 약을 보내주고 다리를 다시 지어달라”는 메모를 건넸다고 BBC가 전했다. 일가족 8명이 한꺼번에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불어난 물 위로 줄을 연결한 뒤 케이블카처럼 침대 프레임에 아이들을 태워 대피시키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공개됐다. 파키스탄군은 헬리콥터를 보내 계곡 고립된 22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당국은 기후변화로 인해 유례없는 재난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이날 영상 성명을 내고 폭염, 산불, 빙하붕괴, 폭우 등의 올해 겪은 이상기후 현상을 설명한 뒤 “파키스탄은 극한 기상현상의 최전선에 있는 그라운드 제로”라고 밝혔다. 이어 “‘괴물 몬순(여름 계절풍)’이 끝날 때까지 국토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가량이 물에 잠길 수 있다”며 “파키스탄은 기후 디스토피아의 문 앞에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4월 봄 기온이 51도에 달하는 이상고온으로 북부 산악지대에서 빙하가 녹아 물이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5월부터 우기에 돌입해 전례 없는 비가 쏟아졌다. 우기는 통상 6월에 시작되는데 시기도 한 달 빠르고 강수량도 많았다. 최근 들어 비는 더욱 거세졌다.

빌라왈 부토 자드리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파키스탄은 기후 대참극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뿐 아니라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들이 참상의 수위를 제대로 파악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IMF가 12억달러의 금융지원을 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파키스탄 당국자들의 호소에 터키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29일 제일 먼저 항공편으로 구호품을 보냈다. 호주 기후위원회의 사이먼 브래드쇼는 “일반적으로 파키스탄과 같이 지구 온난화 초래의 책임이 가장 적은 국가가 기상재해로 가장 큰 비용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남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와 글로벌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하락, 경상수지 적자 등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홍수로 경제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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