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주니어 “계엄 어쩔 수 없었다”…부친 독재 미화

2022.09.14 18:10 입력 2022.09.14 19:07 수정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필리핀 대통령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당선 이후 첫 TV 인터뷰에서 선친 마르코스 대통령의 독재 행적을 옹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날 현지 TV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 마르코스 대통령의 독재자 행보 첫걸음이었던 1972년 계엄 선포를 두고 “당시 공산주의 및 분리주의 반군과 동시에 싸우고 있었다”며 “아버지는 집권이 아니라 정부를 지키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방송 도중 지난 5월 대통령 당선 직후 선친의 묘역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가르쳐주신 모든 것을 활용해 당신의 과업을 계승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일가가 과거를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아버지 마르코스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중인 1972년 9월 21일 “공산주의자와 분리주의자들이 국가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계엄령을 선포했다. 베트남 전쟁 여파로 계엄 선포 하루 만에 반정부 인사와 야당 의원, 언론인 등 400명이 체포됐다. 언론사들이 대거 통폐합되고 모든 출판물에 검열이 이뤄졌다. 1981년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수천 명의 반대파가 체포·고문 당하고 살해됐다. 계엄기간 국가폭력 피해로 필리핀 정부가 공식 배상한 인원만 1만1000명이다. 아버지 마르코스는 1986년 피플 파워 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나 망명했다.

오는 21일 계엄 선포 50주년을 맞아 행사를 준비하고 있던 인권 단체 등도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아버지 마르코스 시절 투옥돼 고문을 당한 시민 보나파시오 일라간은 “위기 상황이어서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마르코스는 허위 사실 유포와 역사 왜곡을 통해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선친의 행적을 계속 미화해왔다. 그는 지난 5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취임 연설에서 “전 세계가 가문의 과거가 아닌 나의 행동으로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자신의 아버지는 “1946년 필리핀 독립 이후 그 어떤 행정부 때보다 많은 업적을 낸 인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에는 ‘부패하고 잔혹했다’고 전 정권을 기록한 교과서를 수정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아버지 마르코스를 비판한 책들은 판매량이 급증했다. CNN에 따르면 ‘마르코스 계엄령: 다시는 안 돼‘라는 책은 지난 7월 2배에 팔리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 등에서는 매진된 상태다. ‘페르디난드와 이멜다 마르코스의 부부 독재’ ‘마르코스의 정실 자본주의’ 같은 책도 재인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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