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에 1914억 주고 난민 떠넘긴 영국

2022.06.14 22:09 입력 2022.06.14 22:10 수정

올해 도착한 불법 입국자 중

최대 수만명 이송 협약 맺어

15일 ‘1차’ 항공편으로 출발

인권유린 논란 속에도 강행

<b>“망명자들은 수송되는 물건이 아니다”</b> 영국 정부가 망명 신청자와 불법 입국자들을 르완다로 이송하려 하자 13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우리는 수송되는 물건이 아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내무부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망명자들은 수송되는 물건이 아니다” 영국 정부가 망명 신청자와 불법 입국자들을 르완다로 이송하려 하자 13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우리는 수송되는 물건이 아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내무부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인권유린 논란 속에 망명 신청자와 불법 입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이송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위험하게 바다를 건너는 밀항자들의 희생을 막고 범죄 카르텔을 깨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골치 아픈 난민 수용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르완다와 맺은 협약에 따라 불법 입국자와 망명 신청자 등 1차 이송자들을 르완다로 보내기 위한 비행기가 출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당초 37명이던 1차 이송 예정자 수는 10명 이하로 줄었다. 지난 10일 영국 고등법원은 난민들의 르완다행을 막아달라는 인권단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으나 망명 신청자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에 대한 추가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의 르완다행은 지난 4월 영국 정부가 르완다 정부와 불법 입국자 및 망명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보내는 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미등록 이주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영국은 이 조치를 통해 불법 입국 행렬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송 대상은 올해 1월1일 이후 영국에 불법으로 도착한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아프리카 출신이 아닌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국민들도 포함됐다. 목숨을 걸고 영불해협을 건너온 난민 입장에선 본국 송환도 아닌 생면부지의 아프리카로 보내지는 셈이다. 영국 정부는 당초 가나도 이송지로 고려했으나 가나가 거부 의사를 밝히며 르완다와 협약을 맺게 됐다. 르완다는 최대 수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여주는 대가로 영국 정부로부터 1억2000만파운드(약 1914억원)를 지급받았다.

영국 정부는 망명 시도 중 발생하는 희생을 막고 인신매매 등 강력한 범죄 카르텔을 깨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밀항자들이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위험하게 바다를 건너는 것을 막고, 난민 행렬의 배후에 있는 인신매매업자들을 몰아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에 도착한 미등록 이주민은 2만8000명 이상으로, 최소 44명이 바다를 건너다 실종됐고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중동 지역과 아프리카에서 난민 지위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밀항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간과 돈을 맞바꾼 비인도적 처사’라는 인권단체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영국이 난민을 원자재처럼 다루고 이송한다”며 “유엔 난민협약과 권리 법률상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외 반체제 인사 탄압으로 악명 높은 르완다로 난민을 보내는 것은 그들을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르완다의 폴 카가메 정부는 자국 내 언론을 강력히 통제하고 해외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를 암살하는 등 인권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국은 과거 르완다의 인권유린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번 이주자 이송 협약을 계기로 기존 비판을 뒤집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르완다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라고 주장하며 이송자들이 머물 리조트 호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국이 인권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송을 강행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영국을 따라할 우려도 있다. 앞서 이스라엘도 망명 신청자를 르완다에 보내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2018년 이스라엘 대법원이 유엔 난민협약과 양립할 수 없다며 이를 막아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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