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가 만든 ‘살육의 악순환’에 같은 슬픔 겪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어머니들

2014.07.01 21:44 입력 2014.07.02 03:10 수정

실종 18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소년… 그 소년 찾던 군인에게 사살된 소년…

지난달 13일 새벽 4시,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 외곽에 사는 레이첼 프랭클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실종된 아들 나프탈리 프랭클(16)의 행방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소식이었다.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있던 유대교 신학생 나프탈리는 전날 친구 두 명과 함께 “히치하이킹을 해서 집에 돌아가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레이첼은 아들이 숨어서 장난을 치는 것이기를 바랐지만 나프탈리와 친구들은 실종 18일 만인 지난달 30일 서안지구의 헤브론 마을 인근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나프탈리가 실종되고 일주일 후인 지난달 20일 새벽 5시. 서안의 팔레스타인 마을 두라에 사는 아이다 압델 아지즈 두딘은 날카로운 총소리에 잠에서 깼다. 누군가가 두딘의 집 대문을 마구 두드렸다. “무함마드가 ‘순교자’가 됐어요!” 놀란 두딘은 열다섯 살 아들의 방으로 뛰어갔다. 침대가 텅 비어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나프탈리를 찾겠다며 팔레스타인 마을을 가택수색하고 수백명을 불법 체포했다. 분노한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이스라엘군을 쫓아다니며 항의의 표시로 돌을 던졌다. 무함마드는 아들이 충돌에 휘말릴까봐 걱정하는 어머니 몰래 창문으로 빠져나가 시위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시신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 당국의 실종자 수색과 용의자 색출 과정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그를 포함해 5명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실종된 후 지난달 30일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유대인 청소년 3명의 어머니들이 지난달 17일 서로를 둥글게 감싸안고 아이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위쪽 사진). 실종된 유대인 청소년 수색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의 총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 소년 모함마드 두딘의 어머니(사진 가운데)가 지난달 20일 치러진 장례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노프아얄론·두라 | AP·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실종된 후 지난달 30일 결국 시신으로 발견된 유대인 청소년 3명의 어머니들이 지난달 17일 서로를 둥글게 감싸안고 아이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고 있다(위쪽 사진). 실종된 유대인 청소년 수색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의 총에 맞아 숨진 팔레스타인 소년 모함마드 두딘의 어머니(사진 가운데)가 지난달 20일 치러진 장례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노프아얄론·두라 | AP·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두 어머니의 슬픔은 공격과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함마드의 죽음을 전해들은 레이첼은 “난 내 아들을 찾고 싶었을 뿐 그 어떤 팔레스타인인도 죽기를 바랐던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 상황에 정말 분노한다”고 말했다. 나프탈리가 기타와 농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10대 소년이었던 것처럼, 무함마드 역시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장난꾸러기 소년이었을 뿐이다.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레이첼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소년들은 스스로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각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증오의 기폭제’가 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나프탈리를 납치·살해했다고 주장한다. 레이첼은 아들 실종 후 팔레스타인의 공격에 희생된 ‘모든 이스라엘 아이들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TV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두딘은 이스라엘의 탄압에 숨져간 모든 ‘팔레스타인 순교자의 어머니’가 됐다. 임신 3개월째인 그는 “배 속의 아이가 아들이라면 이름을 무함마드로 짓겠다”면서 “아들을 빼앗긴 분노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딘뿐 아니라 두라 마을에서 임신 중인 모든 여성들도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무함마드로 짓겠다고 약속했다.

더 큰 비극은 이제부터 닥칠 가능성이 높다. 네타냐후 총리는 실종소년들의 시신이 발견된 후 즉각 “어린아이까지 납치·살해한 하마스는 곧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보복을 예고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몇 시간 후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 34곳을 폭격했다. 서안의 제닌 북부지역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팔레스타인인 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하마스는 가자가 아닌 서안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 어리석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가자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지옥문을 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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