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대법 “석유기업 셸, 환경피해 해결 전까지는 자산 동결”

2022.06.21 15:06 입력 2022.06.22 08:31 수정

2012년 나이지리아 남부 보도의 원유 유출 사진/정의 프로젝트를 위한 미디어, 환경, 인권 및 개발 센터(CEHRD)

2012년 나이지리아 남부 보도의 원유 유출 사진/정의 프로젝트를 위한 미디어, 환경, 인권 및 개발 센터(CEHRD)

나이지리아에서 환경피해를 일으켜 온 다국적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셸)은 관련 소송을 마무리 하기 전까지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명목으로 한 지분 매각을 할 수 없다고 나이지리아 대법원이 판결했다.

나이지리아 고등법원은 지난 3월 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을 마치기 전까지 셸은 나이지리아 내 자산을 매각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지난 16일 열린 상고심에서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이저 삼각주 주민 측 변호인인 무함마드 은다라니 의원은 “오는 11월 3일 최종 심리가 열릴 때까지 셸의 자산매각이나 입찰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10대 산유국이다.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회사인 셸이 1956년 나이저강 삼각주에서 유전을 발견한 뒤 수십년 동안 채굴이 이뤄져 왔다. 일일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2억ℓ를 넘는다. 나이지리아 정부 재정의 70%가 석유에서 나오며, 나이지리아 유전의 90%는 나이저 삼각주에 몰려 있다.

국가의 부 대부분이 나이저 삼각주에서 나오지만 지역 주민들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개발 이후 지역 농어업은 큰 피해를 입었다. 유전 인근 지역 주민의 기대수명은 49세로 나이지리아 전체 평균보다 10년 짧다. 인구의 70%가 매일 석유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를 들이마시며 오염된 식수에 노출돼 있다고 전해진다. 학술지 <보건과 오염>에 따르면 1976년~2014년 나이저 삼각주에서는 1만2000건의 원유 유출사고가 일어났으며 연간 유출량은 수천만ℓ 규모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1971~2011년 유럽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사고는 연평균 10건에 불과하다. 나이지리아 법에서 석유기업들은 원유 유출사고를 예방하고 오염된 지역을 복구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주민들은 13년 간의 법적 분쟁 끝에 획기적인 판결을 받아냈다. 네덜란드 법원이 2021년 1월 셸의 자회사가 2004~2007년 나이저 삼각주에서 일으킨 유출사고에 대한 피해를 셸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자회사의 행위에 대해 모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판결이다. 셸은 재판에서 “자회사가 일으킨 사고”라며 책임에서 빠져나가곤 했다. 셸은 본사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겼으나 영국 법원 역시 나이저 삼각주 주민들이 셸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후 셸을 상대로 줄소송이 벌어졌다. 셸은 2019년 원유 유출로 인해 농지와 수도 오염 피해를 입은 88개 커뮤니티에 19억5000만 달러를 배상했다. 하지만 셸은 유출사고의 원인은 부실 안전관리가 아닌 지역 범죄 조직의 절도와 테러리스트들의 파괴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배상 판결 및 자산 동결에 대한 항소도 진행하고 있다. 나이저강 일대에는 실제 종족갈등으로 인한 분쟁과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분쟁의 원인은 불평등한 원유 수익 분배와 환경오염,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위기에 대한 분노라고 평가된다.

셸은 항소와 함께 나이저 삼각주 유전의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탈탄소 기류에 맞춘 에너지 전환 전략의 일환이다. 환경피해에 대한 회피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셸을 상대로 한 소송을 지원한 골드만 환경상 수상 변호사 치마 윌리엄스는 “지분을 인수한 기업은 부채도 함께 인수하게 되는데 결국 위험 관리에 대해 무지한 나이지리아 기업들이 지분을 사들이게 될 것”이라며 “지분 매각 시도는 국제 석유기업들이 자신들의 석유 생산으로 인해 수십년 동안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고 피해를 복구할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난 5월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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