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번엔 AP통신 ‘가자 생중계’ 차단하려다 美 압박에 철회

2024.05.22 13:01 입력 2024.05.22 14:02 수정

AP 부사장 “외국방송규제법 남용”

전 이스라엘 총리도 “광기 어린 행위”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의 AP통신 사무실에서 이스라엘 관리들이 카메라 등 방송 장비를 압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의 AP통신 사무실에서 이스라엘 관리들이 카메라 등 방송 장비를 압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국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아랍권 최대 뉴스 채널 알자지라를 폐쇄한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엔 미국의 세계적인 통신사 AP의 생방송 시설을 폐쇄하고 장비를 압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의 언론 탄압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고조되며 미국이 압박에 나서자 이스라엘은 몇 시간 만에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통신부는 가자지구와 가까운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에 위치한 AP통신의 생중계 시설을 폐쇄하고 카메라 등 방송 장비를 압수했다. AP가 이스라엘에서 퇴출된 방송사 알자지라에 가자지구 영상을 제공해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폐쇄 및 압수의 이유였다.

이에 AP통신은 군대의 이동 상황 등 세부 사항의 보도를 금지하는 이스라엘 정부의 규정을 준수해 방송을 해왔으며, 알자지라는 AP와 계약을 맺은 전 세계 수천여 개 고객사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AP통신은 지난 16일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가자지구 북부지역을 보여주는 생중계를 중단하라는 구두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로렌 이스턴 AP통신 부사장은 “가자지구를 비추는 오래된 생중계 시설을 폐쇄하고 장비를 압수한 이스라엘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콘텐츠를 문제 삼은 것도 아니고 그저 새로 제정된 외국방송규제법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지난달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언론규제법을 제정했다. 이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격 및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알자지라를 겨냥한 조치로 이른바 ‘알자지라법’으로 불렸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지난 5일 자국 내 알자지라 사무소를 폐쇄하고 방송 송출을 중단시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스라엘 정부가 알자지라를 시작으로 이번 전쟁에 비판적인 다른 언론의 보도에도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우려가 제기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스라엘이 AP통신의 가자지구 생중계를 차단하려 하자, 국제 언론단체는 물론 이스라엘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외신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정부는 외국 언론사가 가자지구에 독립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등 이번 전쟁 내내 언론 자유를 차단해 왔다”고 지적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이스라엘 총리는 “광기 어린 행위”라며 정부가 해당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미 백악관도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백악관과 국무부가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이스라엘 정부와 접촉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이번 조치의 철회를 요구했다”며 “자유 언론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기둥이며 AP를 포함한 언론인들의 활동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도 “분명히 이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언론인이 자신들의 일을 할 권리가 있다는 우리의 신념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미 정부 인사들의 발언이 나온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 통신부는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 실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조치를 취소하고 방송 장비를 AP에 반환하라고 명령했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해당 조치를 번복한 것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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