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링’으로 떠난 알리

편견에 맞서…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세상을 쏘다’

2016.06.05 16:50 입력 2016.06.05 23:01 수정

링 안에서도, 링 밖에서도 ‘영원한 챔프’ 74년 인생

<b>병마와 싸우며</b> 파킨슨병과 싸우던 무하마드 알리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나서 박수 갈채를 받았다. 애틀랜타 | AP연합뉴스

병마와 싸우며 파킨슨병과 싸우던 무하마드 알리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나서 박수 갈채를 받았다. 애틀랜타 | AP연합뉴스

“나 때문에 울지 마라. 나는 곧 알라(신)와 함께할 거야. 나는 괜찮단다(I’m OK).”

전설의 복서는 죽음과의 싸움에서도 초연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74세로 타계한 무하마드 알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괜찮다”였다. 4일 알리의 동생 라하만 알리는 미국 ABC방송 인터뷰에서 “형의 몸은 쇠퇴해갔지만 정신은 언제나 예리했다”며 “마지막 순간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묻기에 언제나 같은 모습이라고 대답했더니 형은 ‘이제는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알리는 울고 있는 가족을 위로하며 떠났고, 켄터키주 루이빌에 있는 그의 집 앞에는 수천 명이 몰려들어 애도했다.

30년 넘게 파킨슨병을 앓아온 알리는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병원에서 패혈증에 따른 쇼크로 숨을 거뒀다. 세계 헤비급 챔피언을 세 차례 거머쥔 20세기 최고의 복서이자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사회운동가인 알리의 타계 소식에 전 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일 “알리는 세상을 흔들었고, 그로 인해 세상은 더 나아졌다”고 애도했다. 오바마는 “링 밖에서의 싸움으로 그는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공격을 받았다”면서 “그의 승리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지금의 미국을 만드는 데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1942년 루이빌에서 태어난 알리는 12세 때 아마추어 복서 생활을 시작했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딴 뒤 프로로 전향했다. 21년의 선수 생활 동안 총 61번 링에 올라 56번 이겼다. 37번은 KO승이었다. 1964년 소니 리스턴과의 경기를 앞두고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고 했던 말은 평생 그의 수식어가 됐다.

그를 세계의 영웅으로 만든 것은 링 밖에서의 싸움이었다. 흑백 분리와 인종차별이 여전하던 1960년, 알리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나는 세계 챔피언인데도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이웃집들이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4년 뒤 프로 헤비급 챔피언을 딴 그는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이름을 “백인들에게서 나온 노예의 이름”이라며 버렸다.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무하마드 알리로 이름을 바꿨다.

[‘하늘의 링’으로 떠난 알리]편견에 맞서…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세상을 쏘다’

1960년대 흑인 운동가인 말콤X와도 교류했던 알리는 1967년 베트남전쟁 징집 영장을 받았지만 병역을 거부했다. “어떤 베트콩도 나를 깜둥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면서 흑인을 차별대우한 나라를 위해 얼굴도 모르는 적과 싸우라는 명령은 알라의 이름으로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징집 거부로 그는 타이틀을 빼앗겼고 선수생활도 중단됐다. 25~29세 가장 창창한 나이가 권투 인생 공백기로 남았다. 그는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는 판결이 나오고서야 다시 글러브를 낄 수 있었다.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4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일, 명성, 돈을 희생했던 영웅”이라며 “다른 챔피언들은 사람들 어깨에 올라탔지만, 무하마드 알리가 챔피언이 됐을 땐 사람들이 알리의 어깨에 올라탔다”고 평가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선주자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애도성명을 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우리는 자신만만한 젊은이였던 알리가 힘든 결정을 내리고 종교적, 정치적 신념으로 가득 찬 사나이로 성장하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던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조차 트위터에 “알리는 진정으로 위대하고 멋진 사나이”라는 글을 남겼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스포츠를 뛰어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운동선수”라며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성화를 점화하면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는 성명을 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알리는 평화와 평등의 세계 챔피언이었다”고 했다.

브라질 축구스타 카카,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미국 가수 마돈나를 비롯해 매니 파퀴아오, 마이크 타이슨 등 프로복서들도 알리를 기렸다. 1974년 알리와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겨룬 조지 포먼은 “내 몸의 일부가 떠나간 것 같다”고 추모했다. 유명 복싱 프로모터 돈 킹은 CNN에 “그의 사전에 패배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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