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 사자를 찾아라”…인도 구자라트의 ‘사자 재판’

2016.06.15 16:33

인도 구자라트주 기르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아시아 사자|영문 위키

인도 구자라트주 기르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아시아 사자|영문 위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동물 ‘아시아 사자’가 최근 3개월간 주민 3명을 잡아먹는 사건이 발생하자 주 정부가 대대적인 포획 작전을 벌였다. ‘식인 사자 재판’에서 범인으로 밝혀진 사자는 평생 동물원에 갇혀 사는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14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구자라트 주 정부는 “식인 사자를 찾아내기 위해 18마리의 아시아 사자를 포획해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사자는 한때 지중해 일대에서 인도 북부에 걸쳐 서식했으나 지금은 구자라트주의 기르 숲에만 남아 있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인도 정부는 1965년 이 숲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아시아 사자를 보호하고 있다.

주 정부가 대대적인 포획 작전에 나선 것은 사자가 민가로 내려와 주민을 공격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르 숲 북쪽 암바르디 마을에 사는 14세 소년이 망고 과수원에서 사자에게 물려 죽었고, 같은 마을에서 지난 3월 62세 남성이, 4월에는 54세 여성이 변을 당했다. 지난 23년간 기르 국립공원에서 사자가 사람을 공격한 횟수는 10여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희생자들의 시신에서 사자가 인체 일부를 뜯어먹은 흔적이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기르 숲에서 사자가 사람을 잡아먹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구자라트 정부를 도와 식인 사자를 가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야생동물 전문가 루치 데이브는 BBC에 “한 번 사람을 잡아먹는 사자는 이후에 인간을 보면 공격적으로 변하게 마련”이라며 이번 포획작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암바르디 인근에서 붙잡힌 사자들은 현재 기르 국립동원의 동물보호센터에 갇혀 있다. 데이브는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과 배설물을 이 ‘용의 사자’들과 대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식인 사자로 밝혀진 사자는 평생 동물원에 갇혀 살아가는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현지 언론은 대개 사람을 잡아먹은 맹수는 사살되기 마련이지만, 아시아 사자는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무혐의’ 사자들은 다시 기르 숲으로 풀려난다.

사자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진 이유는 기르 국립공원이 사자들에게 너무 좁아졌기 때문이다. 기르 국립공원은 1412㎢ 넓이로 상당한 규모이다. 하지만 아시아 사자 번식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그 개체수가 1985년 239마리에서 2010년 411마리, 2015년엔 523마리까지 늘었다. 사자 보호구역이 수용할 수 있는 개체수는 270마리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영역다툼에서 밀려난 사자들이 기르 숲 외곽으로 떠돌고 있다. 주민 3명이 사망한 암바르디 마을도 기르 숲에서 100㎞나 떨어져 있다. 사람이 사는 지역에 나타나 가축을 잡아먹거나, 우물에 빠져 죽기도 한다. 현지 일간 인디언익스프레스는 “2013년부터 기르 숲 사자들을 인근 마디야프라데시 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도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