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유지된 ‘기본 전제’ 저격…미·중 ‘격랑’ 부르는 트럼프

2016.12.12 20:57 입력 2016.12.12 21:01 수정

미, 72년 닉슨·마오쩌둥 합의 후 ‘하나의 중국’ 정책 존중

비즈니스 협상용 공산 크지만 양국 ‘심각한 갈등’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리처드 닉슨 시절 이후 44년간 지속돼온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마저 폐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 원칙을 검토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중국으로서는 트럼프로부터 일격을 당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집권 뒤 미·중관계가 예상보다 훨씬 악화되거나 요동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무역 등과 관련해서 중국과 협상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중국이 통화정책, 무역정책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미국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G2로 불리는 미·중관계를 글로벌 지정학 차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만 보고 있음을 드러낸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두 나라 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챙기겠다고 하지만, 자칫 양국 관계의 기본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중국만을 독립국가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선이자, 미·중관계의 기본 전제였다.

미국은 1972년 닉슨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후 이 원칙에 합의했고, 1979년에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었다. 비록 대만에 경제적·정치적 지원은 해왔으나 이 원칙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역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들 중에는 대만을 지지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취임 뒤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현실 정치로 돌아섰다. 로널드 레이건은 취임식에 대만 대표단을 초청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고 1982년에는 대만이 요구한 ‘6개 보장’을 인정했으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인하려 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중국을 공격하고 당선된 후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까지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 폐기마저 거론한 트럼프가 미·중관계의 ‘현상 유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어느 선까지 상정하고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트럼프는 주중대사로 친중파인 테리 브랜스테드 아이오와 주지사를 지명함으로써, 중국과의 대립이 목표가 아니라 협상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발언도 현재로선 대중국 협상용일 공산이 크지만, 강경 발언이나 정책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 심각한 갈등을 부를 수 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이 가진 함의와 위험성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972년 이후 8명의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의지해온 데에는 그만 한 이유가 있다”면서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접는 순간 미·중관계의 모든 산소를 빨아들이고, 결국에는 대만에 대한 지지와 미국의 국익을 맞바꿔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도 한층 어려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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