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화재

이튿날에야 현장 방문, 주민들 안 만난 메이 총리...사망자 17명으로

2017.06.15 10:30 입력 2017.06.15 20:29 수정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그레펠타워 화재 이튿날인 15일 오전(현지시간) 현장을 방문해 소방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런던 그레펠타워 화재 이튿날인 15일 오전(현지시간) 현장을 방문해 소방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74명이 구조됐고, 1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다. 14일의 화재로 폐허가 된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의 24층 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시신 수습과 생존자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 등을 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런던경찰청은 15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사망자 17명을 확인했으며 건물 안에 시신들이 더 있지만 숫자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이번 사고의 경위와 화재 이전 방재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 등에 대해 “적절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불이 나고 12시간 가량 지나서야 내각회의를 소집하고 이튿날에야 현장을 찾는 등 부실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많다.

▶[사진으로 보는 세계]그렌펠타워는 “죽음의 덫” “기다리던 참사”

화재가 발생한 것은 14일 오전 1시 무렵이었고 이미 이 때부터 언론들은 실시간 중계를 하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메이는 이날 오후에야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사고 수습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오후 4시에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사건 당일 현장을 찾지도 않았다. 이튿날인 15일 오전에야 검게 그을린 현장을 방문해 소방·구조당국 관계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화재로 집을 잃고 주변 호텔이나 체육관 등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은 만나지도 않았다.

노동당은 당국이 화재 위험성을 경고하는 주민들과 전문가들 의견을 묵살해왔다며 공세에 나섰다. 그렌펠타워 주민단체가 몇 년 전부터 “대형 화재가 날 수 있다”고 경고해왔음에도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없었고 종합적인 화재경보 시스템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불붙은 외장재, 바나나 껍질처럼 벗겨져 나갔다” 전문가들 고층빌딩 화재 우려

최근 총선에서 의석을 늘려 발언권을 키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9년 6명이 숨진 런던남부 캠버웰 화재사건을 거론하며 “당시 고층아파트인 라카날하우스에서 참사가 일어나자 오래된 고층아파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는데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방당국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거부하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말했다. 런던에는 라카날하우스같은 노후 아파트 건물 4000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2009년 이미 이 건물들에 화재 진압시스템과 스프링클러 조치를 의회 초당파 그룹이 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 모를 불이 거대한 빌딩을 집어삼킨 이번 사건을 가리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이라고 썼다. 수십년 전에 일어났을 것같은 일이, 고도로 개발된 첨단금융도시 런던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가리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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