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10조원 모금…미국은 빠졌다

2020.05.05 16:13 입력 2020.05.06 10:32 수정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을 지나고 있다. 브뤼셀|EPA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을 지나고 있다. 브뤼셀|EPA연합뉴스

세계 30여개국 정상과 유명 인사들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및 진단 등을 위해 약 74억유로(약 9조9148억원)를 모금하기로 했다. “되도록 빨리, 누구나 살 수 있을 만한 가격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감염검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로 국제사회가 뭉친 것이다. 한국도 5000만달러(약 613억원)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은 불참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중심으로 EU 20여개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참여한 ‘코로나19 국제적 대응을 위한 화상회의’에서 각국 정상과 유명 인사들은 총 74억유로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EU와 노르웨이가 각각 10억유로(약 1조3400억원), 일본 7억3000만유로(약 9780억원), 독일·프랑스·사우디가 각각 5억유로(약 67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은 3억8000만파운드(약 5780억원)를 약속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130만달러(약 16억원)를 약속하며 아프리카연합(AU)을 통해 6100만달러(약 747억원)를 추가로 모으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금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모금에 참여하기로 했다. 멜린다 게이츠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이사장은 1억달러, 팝스타 마돈나는 110만달러를 보내기로 했다.

모금액 중 40억유로는 백신 개발, 20억유로는 치료제 개발, 15억유로는 진단 부문에 쓰일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집단적 약속이 이뤄졌다”며 “전례 없는 국제협력이 가동되는 데 힘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멜린다 게이츠 이사장은 “만약 백신이 최고 입찰가를 제시한 사람에게만, 또는 부유한 국가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면 전염병을 퇴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인구대국’ 미국, 러시아, 인도는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불참을 두고 쓴소리가 쏟아졌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 현안을 외면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싸고 세계보건기구(WHO)를 향해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며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익명의 미국 고위 관료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은 이미 보건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하는 국가다. 우리는 질높고, 투명한 기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제러미 코니디크 국제개발센터 선임정책고문은 워싱턴포스트에 “세계적 위기에 대한 주요한 국제 회의에서 미국이 빠진 건 아마도 처음”이라며 “우리는 경쟁자와의 시합에서 이기는 데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유럽 외교관들은 미국의 불참에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특히 미국이 국제적인 백신 쟁탈전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독자적 백신 개발을 위한 ‘초고속 작전’이란 이름의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크 등 보호장비 수급을 위해 국제사회가 쟁탈전을 벌였던 전례가 있는 만큼, 미국이 앞장서면 백신을 두고도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 독점을 위해 독일 제약회사 큐어백 인수를 시도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국제보건담당 스티븐 모리슨은 “과거 같았으면 미국이 백신 개발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계획을 추진하는 데 앞장섰을 것이지만 현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성향을 볼 때 그런 면모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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