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 방송 CEO, "내부에 스파이 있다" 발언 논란..."기자들 코로나 걸리게 하겠다" 농담도

2020.09.01 17:02 입력 2020.09.01 17:04 수정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의소리(VOA) 본사. 위키피디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의소리(VOA) 본사. 위키피디아

미국 정부가 해외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고참 기자들이 극우 성향 마이클 팩 글로벌미디어국(USAGM) 최고경영자(CEO)가 매카시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미디어국은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구로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운영한다. 팩은 지난달 모금 사기혐의로 기소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의 측근으로,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디언 보도를 보면, VOA 고참 기자 14명은 이날 엘레즈 비베라이 VOA 국장대행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팩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 “깊은 실망을 감출 수 없다”면서 “현재의 리더십은 세계 최대 방송 조직 중 하나인 글로벌미디어국의 뉴스 조직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팩은 지난 27일 극우성향 온라인 매체인 페더럴리스트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외국 정보기관들이 VOA에 침투했다면서 “냉전 시대 이전부터 기자는 스파이들이 위장하기에 좋은 직업이었다”고 말했다. 팩은 이어 “(VOA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마스크를 금지하고 에어컨을 끄는 건 어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웃으면서 “한번 생각해보겠다”고도 말했다. VOA 기자들을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건 어떠냐는 진행자의 ‘농담’에 정색하긴커녕 맞장구를 친 것이다.

팩은 지난 6월 CEO로 임명된 후 VOA 소속 외국 국적 기자들의 비자 발급 연장을 거부해 부당해고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팩은 그동안 ‘안보상의 이유’라고 해명해왔으나 VOA 고참 기자들은 이날 서한에서 “팩은 1950년대 VOA 및 다른 정부 기관을 공격한 매카시의 ‘적색 공포’ 때 그랬던 것처럼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단 하나의 사례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VOA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자 지난 5월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비공개 오찬에서 VOA를 ‘소련의 목소리’,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VOA는 1942년 나치의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47개 언어로 TV, 오디오, 디지털 뉴스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약 1100여명의 기자가 일하고 있으며 의회를 통해 매년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의 예산을 받는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