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쟁준비 훈련의 주 타깃은 우리 군"…트럼프에 보낸 친서에 강력 항의

2020.09.13 17:15 입력 2020.09.13 23:00 수정

·김정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정말 매우 불쾌하다”

·김정은 “한국군은 우리 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트럼프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전쟁에 훨씬 가까웠다”

·트럼프 “김정은 간사하고 교활하지만 매우 똑똑하고 터프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전쟁준비 훈련의 주 타깃은 우리 군”이라며 직설적으로 항의한 사실이 12일(현지시간) 확인됐다. 한국군에 대해서 “우리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로 북·미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시 전쟁을 준비했었다고 했으며, 미국도 그해 8월 북한의 한 항구를 폭격할지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내용은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 담겼다고 연합뉴스 등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5일자 친서에서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지는 연합군사훈련은 누구를 상대로 하는 것이며, 누구를 저지하려는 것이며, 누구를 패배시키고 공격하려는 의도인가”라며 “개념적으로, 가설적으로 전쟁준비 훈련의 주 타깃은 우리 군이다. 이것은 우리의 오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은 한·미가 하반기 연합군사훈련을 사실상 시작한 날이었다. 북·미 정상은 지난해 6월 30일 열린 판문점 회동에서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키로 했지만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며칠 전 한국의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우리의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를 도발과 위협으로 간주하고 만약 우리가 도발과 위협을 계속하면 그들은 우리 군을 적으로 분류하겠다고 말했다”면서 “현재와 미래에 한국군은 나의 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최 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당연히 ‘적’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을 문제삼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시험발사를 거듭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당신이 언젠가 말했듯 우리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 없는 강한 군대를 갖고 있고, 한국군은 우리 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북한 재래식 군비의 우수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미군 역할을 거론하며 “더 싫어하는 것은 한국민이 가진 이런 편집증과 과민반응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분명히 불쾌하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 나는 정말 매우 불쾌하다”고 밝혔다. 우드워드는 이 편지가 자신이 입수한 두 정상 간에 오간 편지 27통 가운데 가장 길었다고 전했다. 그는 “어조는 정중했지만 메시지는 두 정상의 관계가 영원히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9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위원장으로부터 3쪽짜리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 아주 긍정적인 편지였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미사일) 시험이, 워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항의’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당시 이야기도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의 알렉스 워드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발췌해 올린 <격노>의 일부 내용을 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당신은 내 친구이지만 우리는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 우드워드에게 “김 위원장은 핵 시설 하나(영변)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그가 가진 핵 시설은 다섯 개였다”며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내가 원하는 곳에 다다르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에 대한 미 중앙정보부(CIA)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그는 CIA가 김 위원장에 대해 “간사하고, 교활하지만, 궁극적으로 멍청하다”고 분석했다면서 “그는 간사하고 교활하다. 그리고 그는 매우 똑똑하고 터프하다”고 말했다. 왜 CIA와의 평가가 다른지에 대해선 “그들은 (그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 처형에 관한 이야기를 자산에게 설명한 사실도 우드워드에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고모부를 죽이고 시신을 상원의원들이 걸어다니는 계단에 두었다. 머리는 잘려서 (시신) 가슴 위에 놓였다”고 했다. “(그가) 거칠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이 나라 정치가 더 거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17년 북·미가 무력충돌 직전까지 갔던 사실도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안다’고 묻자 “맞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까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김 위원장이 당시 전쟁을 준비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017년 8월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북한의 한 항구를 폭격할지 고민했지만 전면전을 우려해 단념했다는 내용도 책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우드워드의 질문에는 “만약 그가 쏜다면, 그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하겠다. 크고 큰 문제, 누구도 전에 직면하지 못했던 큰 문제”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 측과의 회담이나 서신에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주한미군을 문제 삼지 않았다.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 주둔을 원하는 것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결론내렸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친서들은 두 사람이 친구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진실인지 아닌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친서에서 사용된 언어는 전통적인 외교 각본과 달랐고, “개인적인 충성서약과 유사했다”고 평가했다. CIA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창하고 역사의 중심이고 싶어하는 성향에 호소하면서 아첨을 적절히 섞는 기술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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