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헤르손 장악, 왜 중요한가

2022.03.04 15:22 입력 2022.03.04 20:20 수정

우크라이나 전황.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황.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이 3일(현지시간)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러시아군에 장악됐다. 헤르손은 인구 30만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주요 수원 통제 지역인 데다 친러 반군 세력 간 연결 통로가 될 수 있어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사수해야 할 지역이다. 헤르손 장악 이후 인근 항구도시를 포함해 남동부 원자력발전소까지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헤르손 시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시의회 건물로 진입하고 주민들에게 통금령을 내렸다면서 사실상 러시아군 점령을 인정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밤 헤르손에 진입해 검문소를 설치하고 기차역과 항구, 관공서를 장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식량 등 필수품 부족이 보고되지 않는 등 헤르손의 민간 인프라는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국영 방송 RT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헤르손 시정부와 러시아군이 지역 질서와 공공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헤르손 장악은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에 고전을 거듭하던 러시아군에게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자지라는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뼈아픈 패배로 “이번 전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러시아군은 헤르손 장악으로 친러 반군 세력 집결이 한결 수월하게 됐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중 러시아가 2014년 침공·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가장 가깝다. 러시아군이 남동부의 다른 항구 도시 마리우폴까지 장악하게 되면 친러 반군 세력 집결지인 동부 돈바스와 연결되게 된다.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분리돼 있던 친러 반군 세력이 한 곳에 모여 지원 사격에 나서게 돼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보급로가 차단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러시아군이 헤르손에 이어 아조프해에 면한 마리우폴까지 장악하게 되면 흑해를 통한 남동부 해상 보급선은 끊기게 된다. 헤르손에서 서쪽으로 약 150㎞ 떨어진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까지 러시아군에 넘어간다면 흑해 전체가 봉쇄돼 사실상 해상 보급이 불가능해진다.

러시아군은 헤르손 장악으로 주요 수원지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드니프로강과 흑해를 잇는 헤르손은 러시아에 병합되기 전 크름반도로 담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4년 러시아로 병합 이후 크름반도를 고립시키기 위해 헤르손에 댐을 지어 북크름 운하를 막아버렸다. 이 조치로 공급되던 담수가 85%까지 줄어들어 주민들이 극심한 물부족을 겪었다고 BBC는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 진입 첫날 이 댐을 파괴한 것으로 전해진다.

헤르손 장악 이후 러시아군은 남동부 항구도시들을 중심으로 무차별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헤르손에서 돈바스 지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리우폴의 민간인 지역과 인프라 시설에 공습이 집중됐다. 바딤 보이첸고 마리우폴시장은 4일 “전날부터 24시간 내내 공습이 이어지면서 수도·전기 공급이 끊겼고, 시당국은 러시아군에 전력 복구 작업을 위한 휴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헤르손 인근 소도시 베르단스크와 멜리토폴은 러시아군에 넘어갔다.

남부 에네르호다시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지아 원전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 AP통신은 이날 드미트로 오를로프 시장 발언을 인용해 현지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면서 사상자가 발생했고, 원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화재는 조기에 진압됐고 방사능 확산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과 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쳤지만 러시아군은 이를 부수고 침투를 시도했다.

인구 밀접지역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군의 공격도 끊이지 않았다. 제2 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이날도 민간 지역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이호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은 BBC에 “러시아군 포격과 크루즈 미사일 공격이 주택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민간인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재난관리본부에 의하면 하르키우 지역에서만 지난 24시간동안 민간인 34명이 숨지고 285명이 다쳤다.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쪽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방어 중인 체르니히우에서는 전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학교와 민가가 피해를 입으면서 최소 33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우크라이나 재난당국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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