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은 여기에 있다”…키이우 깜짝 방문 ‘동맹’ 과시

2023.02.20 21:08 입력 2023.02.20 22:47 수정

전쟁 1년 앞두고…젤렌스키 “우크라·미국 관계 역사에 중요한 순간”

<b>‘전사자의 벽’ 앞에서</b>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전사자의 벽’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앞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했다. 러시아가 전쟁 1주년에 맞춰 우크라이나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미국의 지원과 서방 동맹이 굳건함을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자신의 방문 목적은 “미국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어떠한 의심의 여지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의 방문이 “우크라이나를 승리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면서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관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화답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몇달 전 미국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유럽 동맹국과 미 공화당 일각에서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 연설 예정일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폴란드로 출발해 다음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행이 안보상의 이유로 비밀리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저녁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외식을 한 뒤 워싱턴을 떠나 폴란드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없다는 사실은 24시간 동안 기밀로 유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습 등을 우려해 비행기로 가지 않고 20일 아침 일찍 폴란드 국경에서 한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키이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우크라에 5억달러 추가 군사지원”

전쟁 발발 후 첫 방문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안내로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으로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안내로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으로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보안 우려 극비 진행…키이우 5시간 머무는 중에도 공습경보
곧 러시아 추가 제재도…러 매체 “서방의 대리전 입증” 비난

전쟁 발발 이후 이제까지 서방 지도자들이 잇따라 키이우를 방문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머무는 동안 키이우에는 몇차례 공습경보가 울려퍼졌다. AF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성 미카엘 성당을 방문해 전투 중 사망한 우크라이나 병사를 추모하기 위한 ‘전사자의 벽’을 따라 걸을 때도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두 대통령은 당황한 기색 없이 성 미카엘 성당을 걸어나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5억달러(약 6400억원) 추가 지원안을 약속했다. 그는 지원안에 더 많은 포탄과 곡사포, 방공 레이더 등 우크라이나 국민을 공습에서 방어하기 위한 추가 장비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처음 전쟁이 시작되던 때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했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당신은 폭발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1년 전 그 어두운 밤, 세계는 키이우가 곧 함락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키이우는 1년 후 이렇게 서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계획도 밝혔다. 그는 키이우에서 한 성명을 통해 “푸틴이 1년 전 침략을 개시했을 때 그는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방이 분열돼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는 완전히 틀렸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에 대한 기존 제재를) 회피하려거나 러시아 군수물자를 보충하려는 엘리트층과 기업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금주 후반부 이 같은 방침들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방위산업과 에너지, 금융기관, 주요 인사 등을 겨냥한 수출통제 및 제재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의 제재 우회와 제3국의 러시아 지원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키이우에 5시간가량 머문 후 폴란드로 다시 떠난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예정대로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한 후 22일에는 불가리아, 체코 등 나토 소속 동유럽 9개국으로 구성된 부쿠레슈티 9개국 정상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앞서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CBS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와 (폴란드 주둔) 미군을 영구배치 및 증강하는 문제에 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해야 한다”며 바이든 정부가 전투기와 지대지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 러시아를 상대로 서방이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러시아 국영 RIA 노보스티통신은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당국은 서구 집단의 도구”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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