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민주주의 퇴행시켜…분열 조장 정치인들 특히 우려”

2024.06.26 20:52 입력 2024.06.26 22:10 수정

영상 대담 -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영상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영상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회 구성원 모욕·비하하며
편 가르는 지도자들 때문에
차별·편견이 세상에 난무

다양성과 포용 갖춘 집단이
더 나은 결정 내릴 수 있어
시민들이 더 목소리 높여야

“혐오는 민주주의 퇴행시켜…분열 조장 정치인들 특히 우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모든 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수자를 배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는 뜻이다. 특히 혐오를 조장하며 편 가르기에 나서는 일부 정치인의 행태를 가장 우려스러운 점으로 꼽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세상을 바꾸는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와 대담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주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서로를 구분하고 타인을 희생시키는 대신, 함께 더 나아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양성을 토대로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사례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사전녹화한 대담은 제 대표가 질문하고 클린턴 전 장관이 답하는 형태로 30여분간 진행됐다.

제현주 = 다수 국가는 제도상 민주주의를 채택하지만 일상에선 반민주적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상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원인은.

클린턴 = 다양한 사회·경제·정치 요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시민에게 어떤 결과물을 보여야 한다는 것 때문에 민주주의가 큰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지도자는 민주주의가 시민을 위한 제도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이 아닌, 계층과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사회의 모든 시민을 위한 제도라는 것을 말이다. 또 기술의 시대 소셜미디어는 기회를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분열과 소외를 불러왔다. 소셜미디어의 부상은 신뢰와 진실에 대한 믿음을 약화하기도 했다.

제현주 = 최근 갈등은 포용 자체에 반발하는 양상이다. 안티 페미니즘이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반대운동이 대표적이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워온 정치인으로서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나.

클린턴 = 혐오와 분열이 거세지는 양상이 우려스럽다. 일부 정치인이 촉발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비난해 자신의 기반을 다지려는 정치인 말이다. 일부 시민은 이들처럼 행동해도 괜찮다고, 편견과 차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도 된다고 여긴다. 이런 점에서 정치인이 사회 구성원을 모욕·비하하는 것은 우려된다. 가장 걱정되는 건 이들이 두려움을 만들고 혐오를 조장하며 ‘우리 대 그들’ 구도를 만드는 일이다. 민주주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법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더 나아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로를 구분하고 타인을 희생시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대신 말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며 서로 배우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제현주 = 협업과 포용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방법은.

클린턴 = 다양성을 갖춘 집단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 여러 경험과 관점을 가진 이들이 모여 논의하면 당연히 보다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 다양성을 줄인다는 건 곧 배제를 뜻한다. 이땐 좋은 결과를 내긴커녕 정체하게 된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낸) 사례를 꾸준히 만드는 게 중요하다. 최근엔 (이런 시도가) 다양성을 원치 않는 세력한테 공격받고 있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은 매우 근시안적이다. 우리는 이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많은 시민이 하나 되어 함께할 때 더 강해질 수 있다.

제현주 = 미국 대통령 중 백인 남성이 아닌 사례는 버락 오바마가 유일했다. 역대 국무장관은 여성이 세 명이었고 흑인도 있었다. 소수자가 조직을 이끌면 어떤 장점이 있나.

클린턴 = 젊은 세대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기회가 열려 있으니 목표하는 바에 헌신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말이다. 미국엔 훌륭한 젊은 리더들이 있다. 메릴랜드 주지사는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웨스 무어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후보가 나올 것이다.

제현주 = 그런 맥락에서 미국에선 언제쯤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나.

클린턴 = 글쎄. 2016년 대선 때로 예상했는데 그렇게 되진 않았다(웃음). 가능하다면 생전에 꼭 보고 싶다. 혹은 돕고 싶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는 경쟁이 치열하다. 정당이 아닌 국민이 후보를 택하기에 후보 스스로 입지를 다져야 한다. 여성 후보는 준비된 채 경쟁의 장에 들어설 수 있어야 한다. 바라건대, 아니 확신컨대 2028년 선거엔 여성 후보가 있을 것이다.

제현주 = 자서전을 보면 인권 챕터에 미완성 과업이란 부제를 붙였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어떤 관련이 있나.

클린턴 = 인권은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이다. 민주사회에선 법치를 따르고 인간을 존중한다. 법 아래 모두가 평등하다. 누가 됐든, 어디 출신이든, 누구를 사랑하든 말이다. 개인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데 민주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세상이 퇴보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념·정치·종교·경제적으로 강력한 세력이 세상을 뒷걸음치도록 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인권 및 개인의 권리 보호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고 계속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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