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끈질기게 따라다닌 ‘무책임 저널리즘’

2019.10.16 06:00 입력 2019.10.16 08:02 수정

· 자극적 보도→악성댓글 이용해 논란보도
· “악성댓글 처벌” “실명제” 청와대 청원 쇄도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는 악성댓글과 루머로 인한 고통으로 2014년 활동을 한 차례 중단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JTBC2 제공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는 악성댓글과 루머로 인한 고통으로 2014년 활동을 한 차례 중단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JTBC2 제공

가수 겸 배우 설리(25·본명 최진리)가 지난 14일 세상을 떠났다.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무분별한 사생활 보도와 악성댓글이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경향신문은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빅카인즈를 통해 설리가 사망하기 전날인 10월13일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보도된 설리와 관련된 기사를 검색, 키워드 분석을 시도했다.

빅카인즈에서 검색된 설리와 관련 기사는 총 1666건이었다. 설리를 필수검색어로 설정하고, 존 설리반, 설리 문타리 등 설리와 무관한 인물과 관련된 단어를 모두 제외했다. 빅카인즈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54개 매체가 제공한 뉴스 콘텐츠 약 6000만건을 검색할 수 있다. 연예·스포츠 매체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빅카인즈 뉴스 분석에 스포츠·연예 매체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련 기사의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가 언급된 1666건의 기사를 빅카인즈가 제공하는 키워드 추출 시스템을 통해 분석했다. 설리가 사망하기 전날인 13일을 기준으로 지난 1년 간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악플’(2264회)이었다. 두 번째로 많은 단어 ‘인스타그램’(841회)보다 약 2.5배 이상 많이 언급된 것이다. 설리가 출연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진리상점’(765회), ‘SNS’(557회), ‘노브라’(538회) 등이 뒤를 이었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빅카인즈는 개별 기사에서 특정 키워드를 얼마나 비중있게 다루는가를 자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출력해 ‘가중치’라는 결과치로도 제공한다. 2018년 10월13일부터 2019년 10월13일까지 보도된 설리와 관련한 기사에 언급된 키워드를 가중치를 기준으로 시각화한 막대그래프. 빅카인즈 제공

뉴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빅카인즈는 개별 기사에서 특정 키워드를 얼마나 비중있게 다루는가를 자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출력해 ‘가중치’라는 결과치로도 제공한다. 2018년 10월13일부터 2019년 10월13일까지 보도된 설리와 관련한 기사에 언급된 키워드를 가중치를 기준으로 시각화한 막대그래프. 빅카인즈 제공

빅카인즈는 개별 기사에서 특정 키워드를 얼마나 비중있게 다루는가를 자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출력해 ‘가중치’라는 결과치로도 제공한다. 가중치가 가장 높은 키워드는 ‘인스타그램’(284.12)이었으며, ‘악플’(196.38), ‘SNS’(165.99), ‘노브라’(128.58), ‘JTBC2 악플’(126.12)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연예인과 비교했을 때도 악플이나 SNS를 언급한 기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직접 발로 뛰어 확인해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닌 SNS를 뒤져 쉽게 기사를 생산하는 보도 관행이 엿보인다”며 “독창적인 기사를 쓰는 대신 클릭수를 유도하며 서로 경쟁적으로 베끼기만 하는 언론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저널리즘의 가치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연예인의 죽음을 두고 악성댓글 탓이라고만 하는 것은 악성댓글이란 편한 악마를 설정해두고 언론이 재생산해왔던 이미지와 여기에 부화뇌동해 폭력적 시선을 던진 대중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성 연예인을 부위별로 성적대상화하고 성적으로 모욕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언론 역시 이런 시각에 편승하고, 이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악성댓글을 단 누리꾼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인터넷 실명제 부활 등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인은 설리의 사망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언급하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악성댓글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으면 한다”라고 청원의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를 포함해 몇 가지 정책 변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악성댓글과 이를 재생산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악플과 중계식 보도 ‘가학의 악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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