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

2018.02.18 20:52 입력 2018.02.18 20:53 수정

국민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로 대한민국이 여전히 ‘재벌공화국’ ‘삼성공화국’임을 실감하며 분노하고 있다. ‘삼법유착’(삼성과 법관의 유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재벌들의 국정농단으로 시민들의 재벌개혁 요구가 뜨거워진 작금이야말로 개혁의 적기임에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NGO 발언대]재벌개혁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

개혁을 위한 수단의 다수가 국회의 법안 통과 사안이라서 발목이 잡혀 있다는 핑계도 댄다. 재벌개혁 방안 중 지주회사제도 개선,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포함한 핵심 사항들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도 입법 권한이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보험업감독규정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삼성생명의 과도한 삼성전자 주식 보유 해소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는 국회에서 법률안으로 발의되어 있지만,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비상장사는 지분 20% 이상)인 회사가 다른 계열사로부터 불공정하게 일감을 받으면 ‘일감 몰아주기’로 본다. 현행 규정은 총수일가의 직접지분만을 따지고 계열사를 통해 보유한 간접지분은 제외되어 있어, 30% 규정일 경우 0.1%를 낮춰 29.9%가 되면 회피할 수 있다. 따라서 총수일가의 간접지분을 포함하여 규제 대상의 지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삼성그룹과 총수일가에 특혜를 주고 있는 현행 보험업법 또한 정부의 권한만으로 개정이 가능하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할 때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자산운용 비율의 적용기준은 본 법률이 아닌 보험업감독규정에서 보유 주식을 취득원가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은 금산분리 원칙에서 특혜를 받아 삼성전자의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하며, 핵심 고리로써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업을 제외한 다른 금융기관은 시가를 기준으로 보유 한도를 규제하고 있으나, 유독 보험업만 형평성에 벗어나 취득원가를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업감독규정은 금융기관 자산운용 형평성과 금산분리 원칙의 준수 측면에서 개정을 통해 반드시 시가를 기준으로 하도록 변경해야 한다.

이 두 과제는 시민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으나, 정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재벌개혁을 재벌들에게 맡겨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지 답답한 노릇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마음만 먹는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금산분리 특혜 제거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의 단초를 만들 수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나와 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정부가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향후 재벌들의 반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과 약속한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과제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과제를 구분해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중심 경제를 위해서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반드시 바꿔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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