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에게 없는 것들

2018.03.20 21:27 입력 2018.03.20 21:38 수정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서민의 어쩌면]MB에게 없는 것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드디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현 상황을 자신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몰아가고 싶은 모양이던데, 아쉽게도 그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이재오씨 한명뿐인 것 같다. 그가 여기까지 온 것은 다들 알다시피 돈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기 때문인데, 그 사랑을 철저하게 숨긴 덕분에 MB가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재산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추측조차 안되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30조원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금액만 가지고도 MB는 감옥에서 오랜 기간 복역해야 한단다.

[서민의 어쩌면]MB에게 없는 것들

곧 먼 곳으로 떠나는 MB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데, 여기서는 돈, 큰 집, 빠른 차, 명품 좋아하는 부인, 능력 있는 아들 등 모든 걸 다 갖춘 그에게 정작 없는 건 무엇인지 짚어 봄으로써 그에 대한 내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다.

첫째, MB에겐 친·인척이 없다.

혹자는 혈연을 징글징글하게 묘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가친척은 보는 것만으로 좋고, 어려울 때 내 편이 돼주는 존재다. 내가 좋아하는 사촌 형은 늘 술을 사줄 때마다 “우리는 같은 핏줄 아니냐?”며 친하게 지내자고 강조하는데, 내 사촌 형과 달리 MB에게 친·인척은 그냥 이용할 대상일 뿐이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형을 도곡동 땅의 주인이라고 우기게 했고, 그것도 부족해 다스라는 기업의 바지사장으로 만들어 이용해 먹었다. 사위에겐 뇌물을 받아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시켰다. MB의 처남은 투병 중에 휠체어를 타고 검찰에 출두하는 등 이용만 당하다 저세상으로 갔다. 처남이 죽자 MB는 처남의 부인 권씨를 자기 재산을 관리하는 데 이용하기까지 하는데, 일가친척을 돕지는 못할망정 이용만 하는 MB에게 진정한 의미의 친·인척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둘째, MB에겐 측근이 없다.

“사건의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히 임하겠다.” MB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한 말이다. 실제로 그는 검찰에서 ‘이게 다 MB가 시킨 일’이라고 자백했단다. 이건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안기부장을 지낸 장세동의 경우가 좀 극단적이라 해도, 측근들이 이렇게 쉽게 자백하는 건 기이한 일이다. 측근들이 끝끝내 증언을 거부한다면 MB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게 가능했을까?

하지만 더 신기한 분은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받기 위한 허위진술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전히 자신은 죄가 없다고 우기는 MB다. 정말 자신이 관여한 바가 없다 해도 ‘다 내 탓이니 아랫것들은 놔두고 나를 처벌하라’고 하는 게 우두머리의 자존심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MB에게 측근은 없었고, 측근들 역시 주군을 잘못 정했다.

셋째, MB에겐 지지자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던 날, 삼성동 자택엔 극성 지지자들이 몰려 화제가 됐다. 박사모로 대표되는 그들은 박근혜가 돌아오는 시각은 물론이고 구속되는 날, 공판이 있는 날 등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리를 지켰다. 언론매체와 다수 국민들은 그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박사모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반면 MB가 검찰에 출두하는 날엔 지지자라고 볼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통령을 지낸 지 오래돼서든지, 박근혜와 달리 임기를 다 마쳐서 그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큰 범죄로 감옥에 다녀온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따라다니는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MB의 쓸쓸한 검찰 출두는 이례적이다. “나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MB님, 당신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겁니까?

넷째, 융통성이 없다.

검찰에 따르면 MB는 BBK로 인해 다스가 입은 손실액 140억원을 되돌려 받는 과정에서 국가기관을 동원했는데, 이는 다스가 MB 것이라는 의혹을 갖게 만들었다. 돈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벌어진 치정극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과정에서 MB는 미국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삼성에 이 소송비 60억원을 대신 내게 했단다. 이 돈은 고스란히 MB의 뇌물로 변해 그의 뇌물액수가 100억원을 넘기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 BBK 돈을 찾는 대신 차라리 기업들한테 140억원을 달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융통성이 있었다면 MB가 지금 이런 처지에 놓이지 않았으리라.

그밖에도 없는 게 몇 개 더 있다. 국가를 자신의 돈을 불릴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개념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고, 대북공작을 위해 써야 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빼돌리는 행위는 ‘안보의식이 없다’에 해당될 것이다. 임기 중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던 것으로 보아 ‘안 해본 일이 없다’는 말도 가능하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지금 MB는 ‘변호사비가 없다’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그간 해먹은 재산을 생각하면 그냥 웃기려고 한 말 같은데, 그래서 이 말도 덧붙이련다.

“MB에겐 유머감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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