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에 뺏긴 대학” 발언 문제 삼아 설립자의 손자 초청강연 막으려 한 영남대

2019.05.08 21:21 입력 2019.05.08 21:29 수정

‘영남대 전신’ 옛 대구대 설립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 선생

당일 강의실 출입은 안 막아

항일·대학 설립과정 설명

영남대가 ‘박정희 정권에 뺏긴 대학’ 등의 주장을 펴는 옛 대구대학(영남대 전신) 설립자 손자의 초청강연을 막으려다 행사를 추진한 교수회와 신경전을 벌였다.

당초 학교는 “강연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행사 당일 강의실 출입을 막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이 학교 교수회는 8일 오후 3시 인문대학 한 강의실에서 최염 선생(87)을 초청해 ‘독립운동, 백산무역, 그리고 민립대학’을 주제로 상하이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최염 선생은 영남대 전신인 대구대학을 설립한 최준 선생의 손자다.

백산무역은 일제강점기 영남지역 지주들이 세운 무역회사로, 독립운동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곳이다. 이날 최염 선생은 항일 독립운동 과정과 옛 대구대학 설립 과정 등을 설명하며 그 정신을 되새기자고 강조했다.

앞서 대학본부는 지난 7일 총장 명의의 공문을 교수회에 보내 강연을 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영남대는 “최염씨 초청강연에 대해 학교로서는 그분의 최근 언행 등에 비춰 우리 대학의 명예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강의 불가 방침을 전했다. 하지만 강의실 출입을 막지는 않아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승렬 교수회 의장은 “설립 당시의 숭고한 정신을 살펴보는 건 학교가 하나의 교육기관으로서 굳건히 자리 잡는 데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학교 측은 과거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보지 않고 이를 외면하려고만 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과거 대구대학은 1947년 독립운동을 한 최준 선생의 주도로 유림들의 모금을 통해 만들어진 곳이다. 이후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을 거쳐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대학 운영권이 넘어갔고, 박 전 대통령은 1967년 당시 대구대와 청구대를 강제합병해 영남학원 법인을 만들었다. 1981년부터 2011년까지 법인 정관에는 박 전 대통령이 교주(현재는 설립자로 변경)로 명시돼 있었다. 이에 최염 선생은 “영남대는 박정희가 뺏은 장물이며, 설립자 이름에서 박정희를 지워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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