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글 ‘개인적 일탈’이라던 국정원·여권 주장 근거 잃어

2013.11.21 06:00 입력 2013.11.21 06:09 수정

수사팀, 상부에 ‘집단 사퇴’ 배수진 쳐 공소장 변경

트위터 본사에 확인 요청한 402개 계정도 새 변수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총선 때 국가정보원 심리전단5팀 소속 직원 22명이 ‘봇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트위터상에서 120만여개의 선거개입 글을 유포한 사실을 검찰이 새로 확인함에 따라 “선거개입은 일부 국정원 직원의 일탈이다”라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주장은 근거를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검찰 지휘부에 “공소장 변경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집단 사표를 내겠다”고 배수진을 쳐 공소장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4월30일 대통령선거 및 정치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국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검찰이 지난 4월30일 대통령선거 및 정치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국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73’→‘55,689’→‘1,200,000’

검찰은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73개의 선거개입 글을 게시한 것을 혐의사실에 포함시켰다. 검찰의 1차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선거 결과에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는 미미한 규모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검찰이 국정원 심리전단5팀 소속 직원들이 트위터상에서 5만5689개의 선거개입 글을 작성하거나 퍼나른 사실을 새롭게 확인해 원 전 원장 등의 혐의사실에 추가하면서 새누리당 등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여기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지난 총선·대선 때 선거개입 글 120만여개를 트위터상에 유포한 사실을 검찰이 추가로 확인해 20일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함에 따라 국정원의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할 최소한의 근거도 찾기 어렵게 됐다.

■ 미 트위터 본사 402개 계정 글들은 또 다른 변수

선거개입 글 ‘개인적 일탈’이라던 국정원·여권 주장 근거 잃어

검찰이 새로 밝혀낸 국정원의 트위터상 선거개입 글 중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거나 박 대통령의 조카인 방송인 은지원씨의 활동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검찰이 새롭게 밝혀낸 120만여개의 글 역시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지난 대선과 총선 때 국정원이 트위터상에서 선거운동을 벌인 전모를 밝히기 위해 국정원이 관리한 트위터 계정 402개의 자료를 미국 트위터 본사에 요청했으나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향후 검찰이 미국 트위터 본사에서 자료를 받아 수사를 확대할 경우 국정원의 트위터상 선거개입 글은 훨씬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 심리전단5팀 소속 직원들이 트위터상에서 대규모로 글을 퍼나르기 위해 ‘봇 프로그램’을 사용한 점도 이들의 선거개입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뒷받침한다.

■ “3·15 부정선거와 같은 사태”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사건의 전 수사팀장인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지난달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국정원 직원의 체포 및 압수수색 필요성을 설득하며 “3·15 부정선거와 같은 사태”라고 말한 것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지청장은 검찰 지휘부의 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이유로 법무부에 정직의 중징계가 청구된 상태다.

검찰이 새로 밝혀낸 국정원의 트위터상 유포글 120만여개는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놓고 맞서 있는 여야의 대치국면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트위터상 유포글 120만여개를 추가로 밝혀낸 것은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악조건에서 일궈낸 ‘개가’로 볼 수 있지만, 향후 보다 철저한 추가수사의 필요성을 확인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수사팀이 미국 트위터 본사에 요청한 자료를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는 점도 이런 여론을 환기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상 선거개입 역시 국정원과의 조직적인 연계 속에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정부 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을 하나로 묶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릴 여건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검찰은 21일 공소장 변경 신청을 공식 발표하고 세부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사건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을 수용할지 여부를 이달 중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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