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사범까지 DNA 채취” 대검, 전국 검찰청에 지시

2015.02.03 21:50 입력 2015.02.03 21:51 수정

‘합헌’ 결정에 대상 확대… 시민단체 “법 취지 어긋나”

대검찰청이 노동쟁의·집회시위 관련 사범들에 대해서도 유전정보가 담긴 DNA를 채취하라고 전국 검찰청에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재판소가 DNA 채취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그동안 보류 중이었던 노동사건 당사자에게까지 채취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성범죄 등 강력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DNA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ㄱ씨는 지난달 ㄴ지검으로부터 ‘디엔에이(DNA) 시료 채취 출석 안내문’을 받았다. ㄱ씨는 7년 전인 2008년 11월 노동조합 활동 중 한 지역 시청 로비에서 노인요양시설 정상화를 요구하며 다른 조합원 100명과 함께 연좌농성을 벌였다. ㄱ씨는 이 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2010년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ㄴ지검은 ㄱ씨가 출석하지 않자 재차 공문을 보내 출석을 요구했다.

사건이 마무리된 뒤 4년여가 지난 뒤 DNA 시료 채취 요구서를 받은 것이다. ㄱ씨는 “당혹스러웠다.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DNA 채취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대검은 지난달 중순 일선 검찰청에 노동쟁의 또는 집회시위와 관련해 “디엔에이 신원 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5조 6호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채취를 보류하였으나,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하였으므로 채취를 진행해 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지침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DNA법은 살인, 강도, 강간, 폭력 등 11개 범죄에 대해 DNA 감식시료를 채취하도록 하고 있다. DNA법 5조 6호는 폭처법 대상 범죄들에 대한 DNA 시료 채취를 규정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그동안 DNA 시료 채취를 보류해 왔던 ‘집회 관련 사범’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났으니 채취를 진행해 달라고 구두로 지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동사건 관련자들만 DNA 채취를 하는 것이 아니라, DNA법상 시료 채취가 허용된 범죄에 대해서 시료 채취를 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났으니, 이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것이 의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 노동이나 집회시위 사범들의 DNA 시료까지 채취하는 것은 애초에 성범죄 등 강력범죄의 재범 위험성을 막고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했던 DNA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신훈민 변호사는 “DNA법의 입법취지에 비춰볼 때 노동사건이나 집회시위에서 발생했던 폭처법 위반 사례까지 DNA의 채취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검찰에서도 DNA법 헌법소원 도중 의견서를 낼 때, 기계적으로 DNA 채취를 하는 게 아니라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ㄱ씨는 DNA 시료 채취에 대한 부동의 의견서를 보낼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범죄 재발 방지 등을 목적으로 살인과 강도, 강간, 폭력 등 11개 범죄를 범할 경우 DNA 시료를 채취해 보관토록 한 법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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