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부터 잘못된 ‘주 52시간’

2015.03.30 21:56 입력 2015.03.30 22:34 수정
강진구 기자

법적노동시간 52시간을 68시간으로 변칙 연장해놓고

정부·경영계 “단축” 생색… 특별연장 허용 땐 더 늘어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간 구조개편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은 점점 퇴색하고 있다. 30일 겉돌고 있는 노사정위 논의는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경영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김성희 서울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지난 26일 민주노총과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노사정위의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대해 “현행법상 법정 노동시간은 40시간”이라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잊고 있던 ‘원칙’을 상기시켰다. 김 소장 지적대로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주당 12시간 범위 이내에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법문을 충실하게 해석하면 노동시간은 지금도 주 52시간을 넘을 수 없다. 하지만 노동부는 변칙적인 행정해석으로 이틀의 휴일노동(16시간)을 연장근로에서 제외했다. 노동부 해석대로라면 평일 주 52시간에 휴일노동 16시간을 합한 68시간이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되는 것이다. 노사정위가 주 52시간을 노동시간으로 확인한 것은 잘못된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데 불과한 셈이다.

[거꾸로 가는 노동 개혁]해석부터 잘못된 ‘주 52시간’

하지만 정부와 경영계는 여전히 행정해석을 기초로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려면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며 노동계를 압박하고 있다. 주 52시간 제도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노사 합의를 통해 주당 8시간까지 특별연장노동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결국 특별연장노동시간까지 합치면 현행법상 52시간의 노동시간이 60시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그나마 경영계 주장대로 노동시간 적용의 예외규정이 확대되면 잘못된 행정해석에 의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노동자들은 일하는 시간은 달라지는 게 없고 임금 손실만 볼 수 있다.

먼저 운수·판매·청소업 등 대표적인 장시간·저임금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특례업종(근로기준법 59조)이 적용돼 주 52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경비원·물품관리원·주차관리원 등 이른바 감시단속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적용제외 조항(근로기준법 63조) 때문에 지금도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지만, 경영계는 제외 업종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실제 노동시간보다 서면으로 합의된 시간을 기준으로 노동시간을 책정하는 재량근로제를 확대하면 화이트칼라(기자·PD·연구직)의 임금 축소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루 8시간의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단위기간이 6개월~1년으로 늘어나면 사용자들은 비수기 때 노동시간을 최대한 줄여 성수기 때 초과근로에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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