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 72회 황교안·이종걸·노회찬, 청문회서 ‘적’으로

2015.06.05 21:40 입력 2015.06.06 14:33 수정

황·이, 같은 반에 같은 대학 입학… 황·노, 호국단·운동권 ‘악연’

‘삼성X파일’사건서 의원직 상실했던 노,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

40여년 전 까까머리 고등학생이던 ‘세 친구’가 이제는 희끗한 머리의 중년으로 다시 만난다. 재회 장소는 ‘추억의 교정’이 아닌 오는 8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장이다. 그것도 ‘친구’에서 ‘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경기고 72회 황교안·이종걸·노회찬, 청문회서 ‘적’으로

‘황교안, 이종걸, 노회찬.’ 한 사람은 국무총리 후보자, 한 사람은 제1야당 원내사령탑, 한 사람은 전 의원이자 청문회 증인이다. 세 사람은 3년을 같은 교정에서 동문수학하던 사이다. 고교 비평준화 시절 ‘막내’인 경기고 72회 동기동창이다. 하지만 이후 인생항로는 사뭇 달랐고, ‘세 친구’의 인연은 새옹지마처럼 얽혔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경기고 시절 같은 반 친구였다. 성균관대에 같이 입학까지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후 시험을 다시 쳐 서울대에 들어갔다.

‘검사’ 황교안에게 이 원내대표는 가장 가까운 ‘정치인’ 친구였다. 이 원내대표는 황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검사장 승진인사에서 누락했을 때도 “옷 벗지 말고 조금 견뎌라”라고 위로했다. 검사장 승진심사 전에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에게 황 후보자의 전화를 바꿔준 사람도 이 원내대표였다.

‘40년 지기’는 그러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창과 방패로 맞붙는 처지가 됐다. 이 원내대표는 “공과 사를 구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미 황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 “김기춘 아바타”라고 표현하는 등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황 후보자와 노 전 의원의 인연은 ‘악연’에 가깝다. 두 사람의 길은 고교 때부터 극과 극으로 갈렸다. 노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유신 반대 유인물을 뿌리고 다녔고, 그(황 후보자)는 학도호국단장이었다”고 했다. 이후 황 후보자는 공안검사, 노 전 의원은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이 원내대표는 1990년대 초반 노동사건에 연루된 노 전 의원을 변호했지만, 황 후보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게 이 원내대표 전언이다.

두 사람의 악연이 불거진 것은 삼성 X파일 사건이었다. 황 후보자가 지휘했던 수사팀은 2007년 ‘삼성 떡값 검사’ 혐의 선상에 오른 인물들에겐 면죄부를 주는 대신 도청 녹취록을 폭로한 노 전 의원은 불구속 기소했다. 노 전 의원은 2013년 대법원 유죄 선고로 의원직을 잃었다.

노 전 의원은 바로 이 X파일 사건의 수사 공정성과 관련해 증인으로 나서게 됐다. 노 전 의원은 “총리에 공안통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자리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의 입심’으로 통하는 노 전 의원이 고교 동창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자임할지 주목된다. 노 전 의원은 “한국적 정서로는 (친구 공격이) 악역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국민을 위해 청문회 증인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프레너미(Frienemy).’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한 신조어다. 친구가 적이 되는 일이 드물지 않은 냉혹한 정치판에서 세 사람은 ‘프레너미’로 40년 만에 다시 인연의 물레를 돌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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