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폭발원인 ‘미스터리’…2년전 여수산단 대림산업 사고와 닮은꼴

2015.07.05 16:11 입력 2015.07.05 17:18 수정

지난 3일 발생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조의 폭발사고 원인이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사고 당일부터 5일까지 이례적으로 세차례나 잇따라 정밀감식을 벌였고, 한화케미칼과 폐수조 용접작업을 벌인 현대환경산업 관계자들을 줄소환해 조사중이다.

한화케미칼의 폭발사고는 2013년 3월 전남 여수산단 대림산업의 폴리에틸렌 저장조 폭발사고와 매우 비슷하다. 과거 사고사례를 ‘시금석’으로 삼지 않은 채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케미칼 폭발원인 규명은 난해한 ‘퍼즐’ 맞추기

이번 사고는 폐수조내 잔류가스가 불꽃 또는 고온과 접촉하면서 폐수조 내부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 폐수조 위에서 작업중이던 6명이 사망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두께가 무려 20㎝나 되는 폐수조의 철근콘크리트 지붕과 벽체가 종잇조각 처럼 찢기고 구조물 자체가 붕괴될 정도로 폭발력이 엄청난 것을 감안하면 폐수조 내부에 가득찬 잔류가스의 대형 폭발이 분명해 보인다.

수사당국도 사고 가능성에 대해 폐수조 내·외부 원인을 모두 살피고 있지만, 폐수조 내부의 잔류가스 폭발이 참사를 초래한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안전관리자와 현대환경산업 작업자들이 폐수조 지붕 위에서 배관용접 작업을 하기 전에 실시한 작업부위의 가스누출 탐지과정에서 “(지붕 위에서는) 누출가스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사고가능성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전 폭발사고 직후 아수라장이 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조 현장 │백승목 기자

지난 3일 오전 폭발사고 직후 아수라장이 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조 현장 │백승목 기자

수사당국은 용접과정의 불꽃 또는 특정 인화성 물질이 폐수조 내부로 튀면서 폭발을 초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통로로 폐수조 위 직사각형의 뚜껑 2개와 교반기(폐수가 굳지 않도록 휘저어 주는 장치), 작업부위의 배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폐수조 폐수유입구와 배출구를 비롯해 교반기·뚜껑·폐수 성분 등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또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무너진 폐수조의 구조물을 들어낸 뒤 폐수조내 잔류가스가 누출될 경로가 있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케미칼측은 “사고 당시 폐수조의 뚜껑은 물론 폐수조 내부와 연결된 부위는 모두 밀봉돼 있었다”고 밝혔다. 작업자들도 이에대해 동의했다. 여기에다 폐수조 지붕 위에서는 불꽃이 거의 튀지 않고 고온으로 녹여 용접을 하는 ‘아르곤 용접’이 진행됐기 때문에 불꽃이 폐수조 내부로 튀면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사망자 유족들도 아르곤 용접의 특수성을 감안해 용접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폐수조 내부의 다른 원인에 의한 폭발가능성을 거론했다. 결국 폭발원인은 국과수의 정밀감식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4일 사고현장에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붕괴된 폐수조 콘크리트 더미를 들어내면서 사고원인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였다.│백승목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4일 사고현장에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붕괴된 폐수조 콘크리트 더미를 들어내면서 사고원인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였다.│백승목 기자

◇사고관련자 줄소환, 위법행위 규명 위한 수사도 본격화

경찰은 사고발생 직후 한화케미칼 안전책임자, 현대환경산업 현장소장, 작업 참여자 등 모두 6명을 소환해 작업경위와 사고발생 경위 등에 대한 1차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화케미칼측이 작업허가서를 발급하기 전 안전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왜 사고가능성을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당일 작업자들은 오전 8시 작업요청을 했고, 불과 10분 만인 오전 8시10분 한화케미칼측은 작업허가서를 발급했다. 경찰관계자는 “한화케미칼측이 평소에도 안전여부를 확인하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면서 “안전조치 이행여부가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련법규와 대조하면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남부경찰서 방경배 형사과장이 지난 4일 2차 합동감식에 앞서 한화케미칼 사고현장에 설치된 현장지휘소 앞에서 수사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백승목 기자

울산남부경찰서 방경배 형사과장이 지난 4일 2차 합동감식에 앞서 한화케미칼 사고현장에 설치된 현장지휘소 앞에서 수사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백승목 기자

경찰은 또 작업 중 사망자들의 구체적인 사망원인 규명을 위한 부검도 실시했다. 그 결과는 약 일주일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앞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환경안전팀 등 4곳과 숨진 작업자들이 소속된 현대환경산업 부산사무실 및 울산 현장사무실 등 2곳을 압수수색해 작업 일지와 안전점검 일지, 폐수저장 흐름도 도면 등을 확보했다.

경찰관계자는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작업 공정상 문제 또는 안전관리 부실 등을 규명하고, 현재 진행중인 감식이 끝나는대로 사고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년전 여수산단 대림산업 사고와 닮은꼴

한화케미칼 폭발사고는 2년 전 6명의 사망자를 낸 여수산단내 대림산업의 폴리에틸렌 저장조 폭발사고와 흡사하다. 이때문에 관계당국이 대형 사고가 날 때 마다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땜질처방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섬유연맹은 5일 성명을 통해 “2년 만에 되풀이된 잔류가스에 의한 폭발,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림산업 사고도 저장조 보강판 용접작업 중 폭발이 발생했다.

‘위험의 외주화’ 역시 똑같다. 대림산업 사고당시에도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 이번 한화케미칼의 사고도 외주업체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화케미칼 사고와 대림산업 사고는 모두 잔류가스가 남아 있는 위험한 공간에서 사전에 보건·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외주 또는 하청노동자들의 작업과정에서 발생했다. 다만 사고 원인물질로 한화케미칼은 ‘메탄 또는 바이오가스’인데 비해 대림산업은 ‘폴리에틸렌’에 의한 폭발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현재순 화학섬유연맹 노동안전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도급 사업에서 실시돼야 할 안전·보건 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다”면서 “울산 폭발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닮은 꼴’의 재앙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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