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생산직 노동자의 아침체조·환경미화 참석 여부 등까지 평가를 해 점수화하는 표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는 “이 채점표는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세세한 일상까지 지배·통제하는 것이며 향후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작업자 관리시트’라는 문서(사진)를 보면, 인천공장 엔진생산 공정의 현장 관리자들은 이달 초부터 EHS(환경·건강·안전)·품질·근태·생산성·기여도·기타 등 17개 항목에 대한 채점 기준을 세워 엔진 생산공정 노동자를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침체조 참석 시 5점 부여, 안전사고 발생 시 20점 감점, 수요일 작업 전 청소활동 참석 시 10점 부여, 계획되지 않은 조퇴신청 시 벌점 5점, 계획되지 않은 연차신청 시 벌점 10점, 작업시간 내 스마트폰 사용 발견 시 벌점 3점 등이다.

이달 초 이 문서의 존재를 확인한 두산인프라코어지회는 지난 11일 “작업자 관리시트라는 평가 자료가 현장에 알려지고 있다. 회사는 작업자 관리시트 자료의 출처에 대해 명확한 서면 답변을 요청하오니 협조해주시길 바란다”며 공문을 보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인 상태다.

두산인프라코어지회는 작업자 관리시트가 노동자의 세세한 일상까지 통제하려는 회사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무슨 유치원생, 초등학생을 훈육하는 것이냐” “무슨 교도소냐”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다” “사람이 미래다? 벌점은 해고다!” 등의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 인천공장 작업시간은 아침 8시부터이며 체조·청소는 오전 7시43분에 시작된다. 회사는 실근로시간으로 넣지 않는 시간대까지 채점 기준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선 “우리가 언제부터 아침 8시 이전이 근무시간에 포함됐느냐” “만약 평가를 하려 한다면 정식 근무시간에 포함을 시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임금 체불” “근무시간인 아침 8시 이후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사적인 시간까지 평점을 준다면 인권 침해” 등의 반응이 나온다.

안전사고 발생 시 20점을 감점한다는 내용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인데 무조건 노동자 책임으로 돌려 벌점을 매기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장은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 요인이 있는데 책임을 노동자에게 다 전가하나요”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계획되지 않은 조퇴·연차 신청에 대한 벌점 역시 논란거리다. “당일에 갑자기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어이 없다” “이제 아파서 쉬고 싶으면 벌점 받고 가라는 것인가” 등의 불만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지회는 또 작업자 관리시트에 따른 인사평가가 저성과자 해고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우려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저성과자 해고 지침을 발표해 이날 지방관서에 시달했다.

회사 측은 “두산인프라코어 공장은 엔진과 건설기계 등 두 가지 생산라인이 있는데 엔진 공정 쪽에 적용되는 내용”이라며 “다만 현장 관리자들이 자체적으로 포상, 관리 등을 위해 만든 것이고 회사의 공식적 인사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돌발적으로 조퇴·연차 신청을 하면 다른 노동자가 급하게 공백을 채워야 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며 “출퇴근, 보호구 착용 등 아주 기본적인 것을 지키자는 차원이지 노동자 일상을 통제한다거나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근거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내부 검토를 거쳐 문제될 소지가 있는 부분은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