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11월 30일 영국의 해양 생물학자 조지 파커 비더는 유리병에 편지를 담아 북해에 던졌다. 그는 해양생물협회 소속이었고 협회는 그때 1000여개의 유리병 편지를 던지고 이 편지를 찾은 사람들에게 1실링을 주는 행사를 했다. 해류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던져진 병들 중 대부분은 1년이 안돼 어부에게 발견돼 돌아왔고 일부는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비더가 보낸 편지는 어떻게 됐을까.

영국 언론 가디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지난해 독일 프리시안 제도의 암룸섬에서 발견된 유리병 편지가 현존하는 것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세계기네스협회에서 공인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편지는 비더가 108년 전 바다에 던진 바로 그 유리병 속에 담긴 것이다.

유리병은 우체국에서 일하다 은퇴한 독일인 마리안 윙클러가 발견했다. 비더가 유리병을 띄운 지 정확히 108년 4개월 18일만이었다. 윙클러는 유리병 속에 “병을 깨뜨려요”라고 쓰인 메시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말그대로 병을 깨뜨린 뒤 안에 담긴 편지를 꺼냈다. 작은 편지에는 영어, 독일어, 네덜란드어로 “이 편지를 발견하면 영국 플리마우스에 있는 해양생물협회로 보내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윙클러는 자신이 편지를 발견한 날짜를 적은 뒤 108년 전 비더의 바람대로 해양생물협회로 보냈다.

편지를 받아 본 협회는 깜짝 놀랐다. 편지가 돌아온 것도 놀랍지만, 편지를 처음 보낸 사람이 그들에게 친숙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비더는 1939년~1945년까지 협회장을 지냈고 1954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협회는 편지덕분에 북해 깊은 조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협회는 100년 전 주화인 실링을 eBay 를 통해 어렵게 찾아내 고마움의 표시로 윙크러에게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염원을 담아 유리병 편지를 띄웠다. 최초의 유리병 편지는 기원전 310년 그리스의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가 보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던 그는 대서양의 물결이 지중해로 흐르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유리병 편지를 띄웠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부스는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길에 태풍을 만나자, 만일을 대비해 자신의 탐험기록을 적은 뒤 유리병에 넣어 바다로 띄웠다. 태풍 속에 배가 침몰해 자신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신대륙을 발견한 기록은 남기기 위해서였다. 콜럼부스는 무사히 고국에 도착했고 유리병은 사라졌다.

16세기 영국 해군은 유리병 편지를 군사작전에 이용했다. 적군 관련 정보를 유리병에 몰라 담아 해안가로 보냈다.

1913년에는 타이타닉에서 보낸 간절한 유리병 편지도 발견됐다. 1912년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초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 승객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에는 “타이타닉에서. 모두 안녕”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메시지를 담은 유리병은 아일랜드 던케틀 해안에서 발견됐다.

유리병 편지가 이어준 사랑도 있다. 1956년 스웨덴 선원 아케 바이킹은 “아름다운 누군가에게”라는 메시지를 담아 바다에 띄웠고, 이 편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살고 있던 파올리나 라는 여성의 손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 편지를 계기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1958년 결혼했다.

비더의 편지가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리병 편지는 2013년 영국 셰틀랜드에서 발견된 것으로 99년 43일만에 세상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