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우리는 거지.. 박근혜 대통령 위해 계속 싸울 것"

2016.04.22 14:21 입력 2016.04.22 14:46 수정

“지금 언론들이 우리 보수세력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보수의 한 축이었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부터 지금 죽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엄마부대로, 재향경우회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고엽제전우회, 기타 시민단체들도 말살시키려고 하는 게 지금 언론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

그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우회자금 지원,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의 집회 지시 의혹,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의 공금 횡령, 탈북자 2만원 일당 집회 동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개입 등 연일 쏟아진 언론의 각종 의혹 제기에도 입을 다물고 있던 어버이연합이 이날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지원 의혹 관련 기자회견 시작 전 벽에 현수막을 걸고 있다.  서성일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지원 의혹 관련 기자회견 시작 전 벽에 현수막을 걸고 있다. 서성일 기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모임 장소로 쓰는 강당엔 ‘범법자 세치 혓바닥에 놀아난 언론인들이여! 진실은 이것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취재기자들이 수십여명 몰려 강당은 북새통을 이뤘다. 어버이연합 회원으로 보이는 20여명도 기자회견 시작 1시간 전부터 강당을 지켰다.

한 회원은 다른 회원들을 향해 “기자들이 뭐 물어보면 대답하지 말라. 기자들이 우릴 교묘하게 이용하는데…우리는 돈 받은 거 그런 거 모르잖아요?”라고 ‘주의’를 줬다. 다른 한 회원은 “돈 받았으면 받았다고 그래”라며 당당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시 무료급식 예산 못 받아서 선교복지재단 통해 우회적으로 돈 받았다”

기자회견 예고 시각에서 40분 정도 지났을 때쯤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추 사무총장이 강당에 들어섰다. 그는 “오늘 저희는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다 말씀드릴 것”이라고 운을 뗐다.

추 사무총장은 “언론이 처음에 (전경련이 벧엘복지재단에 입금한 내역을) 어버이연합 거래장부, 내부 장부라고 했다”며 “그러나 그 장부는 어버이연합 장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저희는 전경련으로부터 어버이연합으로 지원받은 게 없다”며 “단 벧엘복지재단을 통해서 받았다”고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만, 그간 언론에 보도된대로 ‘우회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뒷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뒷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어버이연합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도 “전경련이 지원한 것은 벧엘선교복지재단이며 전경련으로서는 재단 지원금 일부가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될 줄 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원금 상당 부분은 어르신 복지를 위해 사용했고, 어르신들께 일당을 주고 집회에 동원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추 사무총장은 전경련 지원을 받은 이유로 어버이연합에서 회원 등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들었다. 그는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저희가 무료급식 예산 1100만원을 받아서 처음 급식을 시작했다”며 “그 다음해 무료급식 예산 1300만원이 배정됐지만 야당 시의원들에 의해 다 잘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 얽힌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추 사무총장은 “2011년에 서울시에서 ‘희망나눔의 대표냐, 급식 예산을 신청하라’고 연락왔다. 그래서 내가 ‘알겠습니다. 저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입니다’라고 하니까 그 직원이 깜짝 놀라서 나중에 전화한다고 끊더니 몇년 동안 한번도 연락이 없다”고 전했다. 어버이연합은 무료 급식 사업에는 ‘희망나눔’이라는 별도의 단체명을 사용하고 있다.

추 사무총장은 벧엘선교복지재단 계좌를 통해 전경련으로부터 예산을 받은 이유는 “어버이연합이 사단법인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료급식 예산 지원을 받으려면 재단 내지는 사단법인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때 사단법인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가가 안 떨어졌다. 박근혜 정권에서도 신청했지만 안 됐다. 집회를 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사단법인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버이연합은 거지… 대한민국과 박근혜 대통령 위해 싸우는 우리를 마녀사냥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참사 유족 비난 등 각종 집회에 참가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을 두고 제기된 ‘청와대·정부-어버이연합 유착 의혹’에 대해선 추 사무총장은 부정했다. 그는 “언론에서 어버이연합이 대단한 정보력·자금력이 있다고 하지만 그 대단한 정보력이란 건 인터넷 들어가면 그날그날의 일정이 다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뒷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뒷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추 사무총장은 자신의 어머니가 괴한에게 피살 당한 사건을 언급할 때는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던지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가 희생당한 사건 뒤에는 북한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저희 어버이연합은 거지”라며 “(전경련으로부터) 예산 받아서 무료급식 하는 게 뭐가 잘못됐냐. 이 분들(어버이연합 회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이 경험못한 6·25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다. 다시는 전쟁 일어나면 안되기 때문에 숨 쉴 때까지는 대한민국을 위해, 종북 세력 척격을 위해 여기에 모였고, 매일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과 벤엘선교복지재단과의 거래 내역을 공개한 <시사저널>의 보도에 대해서 추 사무총장은 “(제보자가) 어버이연합을 무너뜨리려고 기자들과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비록 못 배우고 무식한 사무총장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정말 존경하는 그런 사람 중 하나”라며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 위해서 우리는 어떤 일이든 나서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런데 지금 언론들이 우리 보수세력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며 “보수세력의 한 축인 어버이연합부터 죽이고 그 다음은 엄마부대, 재향경우회, 고엽제전우회, 기타 시민단체들 등 보수단체를 말살시키려고 하는 게 지금 언론의 방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밝히기 위해 중국서 정보 수집하려는 탈북자 단체 대표에 500만원 지원했다”

추 사무총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전 탈북난민인권연합 총무)는 집회 동원시 “보수는 2만원, 진보는 5만원”이라는 전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대표는 “집회는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는다. 돈 되는 곳이면 다한다”며 “탈북자들이 북한을 지지하고 찬양하며 대한민국 전복시키려는 집회는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진보 집회 동원 일당은 5만원”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가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뒷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가 청와대 집회 지시 및 전국경제인연합 뒷돈 지원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성일 기자

그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에 대해 “탈북자들은 유우성씨가 간첩이라고 다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난민인권연합 김모 대표가 경비만 주면 중국에 가서 유씨가 간첩이란 걸 밝혀오겠다고 해서 추 사무총장이 ‘애국한다는 마음으로 간첩이란 걸 밝힐 수만 있다면 사비라도 들여서 지원해야겠다’고 해서 500만원을 드렸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김 대표가 가져온 정보가 효과가 하나도 없었다. 가서 술만 먹고 녹취도 제대로 안 되고 횡설수설하고는 자기가 무슨 좋은 정보를 준 것처럼 매도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추 사무총장이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는 성명서에서 “우리 어버이연합은 기본적으로 노인복지단체”라며 “다른 노인복지단체와 다른 점은 어르신들께 단순히 급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애국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단체란 점”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가 해온 일련의 활동은 모두 나라를 위한 것”이라며 “세월호 사태에 맞대응한 것 역시 불순세력과 정치·이념적 색채가 뚜렷한 일부 유족들이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우리 어버이연합은 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홀로 외로이 거대한 언론권력과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회견이 끝나고 추 사무총장 등 어버이연합 관계자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않고 퇴장하자 기자들이 “1시간 동안 강연하려고 부른 거냐”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기자들을 향해 “끝났으면 나가!”라고 고함을 치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윗층 사무실로 간 추 사무총장은 문을 걸어잠그고 기자들의 거듭된 질의응답 요청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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