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음서제’ 파문

“아버지가 판사”“로펌 파트너”…교육부 ‘불공정’ 감싸기

2016.05.02 23:50 입력 2016.05.03 00:28 수정

로스쿨 입학에 ‘면접’ 비율 절대적…부모 등 입김 여지

2일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25개 로스쿨의 입학전형 조사 결과를 두고 ‘감싸기 조사’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법과대학 앞에서 학생들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25개 로스쿨의 입학전형 조사 결과를 두고 ‘감싸기 조사’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법과대학 앞에서 학생들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한 의혹은 설립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지만 조사는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 말, 설립 6년 만에 처음 전수조사가 실시됐지만 발표 결과를 두고 “조사를 왜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숱한 의혹에 떠밀리듯 조사

2009년 로스쿨이 출범한 뒤 로스쿨 입시와 관련해 고위층 자녀의 특혜 입학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로스쿨 입학시험에서 면접의 비율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는 영어성적, 학점, 적성시험이 반영률이 높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본점수가 높아 실질 반영률은 매우 낮다. 면접시험에 외부위원으로 참여했던 변호사나 비법대 교수들은 시험장에서 특정 지원자가 고위 법관이나 로펌 파트너의 자제라는 사실을 고지받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최근 로스쿨 면접에 참여한 서울시내 대학의 비법대 한 교수는 “로스쿨 면접에 들어가는데 다음에 들어오는 응시생 가운데 몇 번은 어느 판사의 아들이고 몇 번은 어느 로펌 변호사의 자제라고 알려주더라”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는 최하점을 줬지만 그 응시생들이 합격할 것은 확실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일부 로스쿨에서는 외부위원들이 낮은 면접 점수를 주면, 특정 그룹이 떨어지지 않게 점수를 조정해달라고 압력을 넣은 경우도 있었다.

유명 대학 로스쿨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중견 변호사는 “면접 대상을 추린 기준이 뭐냐고 물었더니 ‘외국어도 잘하고 학점도 높은 애들’이라고 답하기에 외국어·학점 기준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없다’고 어물쩍 넘어갔다”고 전했다.

이 학교 로스쿨 교수들은 이날 “미국은 집안 좋은 애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걸 당연히 여기는데 한국에서만 이상한 소리들을 한다”며 “앞으로도 서포트 없는 애들은 들어오기 힘들게 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우리 학교는 명문가 자제들만 들어올 수 있는 명문 로스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로스쿨 음서제’ 파문]“아버지가 판사”“로펌 파트너”…교육부 ‘불공정’ 감싸기

■면죄부 준 조사 결과 발표

이 같은 논란이 절정에 이른 것은 지난해였다. 사시가 폐지될 2017년이 다가오자 변호사단체와 사시를 준비 중인 이들을 중심으로 사시를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사시를 폐지하지 않고 4년간 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특히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로스쿨 입시 비리 의혹을 언론사에 제보했고, 각종 의혹이 보도됐다. 결국 교육부는 등떠밀리듯 로스쿨 입시전형 전수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적발된 24건을 두고 문제 사례를 축소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3년간 입학전형 6000여건 중 적발 건수가 미미한 이유는 문제 사례의 범위를 직장명이나 직위명을 밝힌 경우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직장명이나 직위를 밝히지 않고 ‘법조계에서 일하시는 아버지~’ ‘밤새 법전을 뒤적이시던 아버지~’와 같이 암시만 한 경우라면 부정 의심 사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상을 적시한 것뿐 아니라 암시한 경우에도 전형 결과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사 대상 기간을 최근 3년으로 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감사를 할 때도 3년 이내의 징계 사유만 처벌한다는 비유를 들었지만 한 법조계 관계자는 “로스쿨 초창기에 오히려 부정입학이 많았을 것”이라며 “징계를 안 해도 조사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친·인척의 신상을 적시한 사례를 부정입학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교육부의 주장에 대해 나승일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로스쿨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위 법조인의 자녀가 부모의 신상을 암시 또는 적시했다면 그 자체로 부정입학”이라고 지적했다.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적시된 고위 인사를 공개하지 않은 조치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이 취득한 정보가 공공의 이익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공개 대상이 된다”며 실명과 근무처 공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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