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나는 페미니스트···자랑스러워”

2016.09.21 08:28 입력 2016.09.21 16:01 수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개막한 71차 유엔 총회 고위급 일반토의의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유엔 TV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개막한 71차 유엔 총회 고위급 일반토의의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유엔 TV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의 유엔 총회 마지막 연설에서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

반 총장은 20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 71차 유엔 총회 고위급 일반토의 개막 연설을 통해 “나는 재임 기간 중 유엔 여성기구(UN Women)를 만들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 기구는 성 평등과 역량 강화를 위한 옹호하고 ‘50 대 50’ 세상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유엔 고위직에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여성들을 임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부르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또 “나는 민족, 종교, 성적지향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자랑스럽게 수호해왔다”고도 했다.

이 대목에서 많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청중석에서 연설을 듣는 유순택씨가 박수를 치는 장면이 유엔 TV의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반 총장은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덜 활용된 자원이 여성들의 잠재력이라고 말해왔다”며 “우리는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과 만성화된 폭력을 끝내고 의사 결정에 그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이 2014년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해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고 있는 모습. 출처: 유엔 Photo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이 2014년 9월 유엔 총회에 참석해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고 있는 모습. 출처: 유엔 Photo

유엔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년 사이의 일이다. 특히 유엔 여성기구가 2011년 설립되면서 이 말이 많이 쓰이게 됐다. 반 총장의 후임 유엔 사무총장에 여성이 처음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내년 1월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을 맡게 될 스웨덴은 성 평등을 국가정책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안보리 이사국 선출 과정에서 페미니즘을 외교의 한 원칙으로 표방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반 총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한 고위 외교관은 “솔직히 말해 반 총장은 한국 외교부 시절에는 페미니즘이라거나, 성 소수자들의 권리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을 10년동안 하면서 그가 늘 마주쳐야 하는 일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에 있어서 진보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10년 임기를 회고하는데 할애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재임 기간 중 가장 큰 위기로 기록될 시리아 내전에 대해 격한 심정을 쏟아냈다. 그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반군·지원세력 등을 향해 “전쟁기계를 살찌워온 강력한 후원자들도 자신들의 손에 피를 묻혔다”고 비판했다. 반 총장은 비록 시리아 정부만 구체적으로 거명했지만 “강력한 후원자들”이라는 표현으로 시리아 내전 문제에 책임이 있는 강대국들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포린폴리시는 러시아, 이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반 총장은 “북한의 5차 핵실험이 또다시 지역과 국제 안보를 위협했다”며 “그러는 동안 주민들의 고통과 곤경은 악화되고 있다. 북한 지도자들이 진로를 바꿔 그들의 의미를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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