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학 사태, 등단 시스템 점검 계기 돼야”

2016.10.31 20:58 입력 2016.10.31 22:58 수정

“신인상 부정 청탁” 폭로 글…편집위원 전원 사퇴 ‘후폭풍’

“부정 없었지만 불찰 반성”…홍일표 주간까지 물러나

“현대시학 사태, 등단 시스템 점검 계기 돼야”

월간 시 전문지 ‘현대시학’이 온라인에서 불거진 ‘등단 청탁’ 의혹으로 편집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기존 등단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시학’은 곧 새 책임편집진을 구성하고 12월호에 공식 사과문을 싣겠다고 31일 밝혔다.

‘현대시학’의 홍일표 주간은 “(신인 등단) 심사 과정에 부정과 청탁이 개입된 것은 아니지만 불찰과 부주의,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비판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과 여러분께 커다란 불신을 심어드렸다는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주간직을 지난 30일 사퇴했다. 앞서 남진우·조재룡·이수명·권혁웅 편집위원도 위원직을 사퇴해 편집위원 전원이 물러난 상황이다.

당초 잡지가 폐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대시학’ 측은 잡지를 계속 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퇴한 조재룡 편집위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는 12월호에 사과문을 게재할 것”이라며 “‘현대시학’ 독자들에 대한 사과, 이번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명예가 실추된 것에 대한 사과, 그리고 그동안 글을 줬던 문인들에 대한 사과를 포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 사과문을 바로 띄우는 대신 12월호에 사과문을 싣기로 한 것이다.

발행된 지 47년 된 잡지의 편집진 전원 사퇴를 초래한 사건은 지난 26일 습작생 ㄱ씨가 트위터에 “‘현대시학’ 신인상 심사에 부정 청탁이 있었다”는 폭로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ㄱ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시학’에서 운영하는 시 창작반에서 편집위원인 권혁웅 시인 겸 평론가의 수업을 들은 수강생으로, 지난해 3월 신인상 심사 당시 이수명 시인이 홍일표 주간에게 전화를 했다는 권 시인의 발언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해 신인상 심사위원인 편집위원들은 해당 시인을 뽑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떨어진 이 응모자가 올해도 출품해 다른 응모자와 함께 공동 당선되면서 문제는 복잡해졌다. ㄱ씨와 ‘현대시학’ 권혁웅 편집위원이 언쟁을 주고받은 후 서로의 사과로 논란을 종결했다.

편집위원 전원이 사퇴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상에서는 ‘현대시학’을 비롯한 문단의 등단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성폭력 폭로로 시작된 문단의 권력 문제가 등단 시스템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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