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에 밀린 플린…트럼프 두 책사의 엇갈린 희비

2017.02.13 21:14 입력 2017.02.14 09:52 수정

스티븐 밀러 수석정책고문(왼쪽),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밀러 수석정책고문(왼쪽),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떠받칠 두 핵심 책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브레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 연계 스캔들로 위기에 빠졌다. 반면 반이민 행정명령을 만든 스티븐 밀러 수석정책고문은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다.

3성 장군 출신 반이슬람 강경파인 플린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여하면서 견제를 받게 된 데다 4성 장군 출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는 무시를 당한다. 거기에 러시아 스캔들이 커지면서 거취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측근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플린을 문젯거리로 여기고 있다”면서 “내가 플린이라면 걱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밀러가 이날 여러 방송에 출연해 플린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흐리자 그의 입지를 둘러싼 풍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플린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대선개입 해킹에 따른 러시아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지난해 12월29일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대화 내용을 두고 의혹이 커지자 그는 제재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에서 대러시아 제재를 완화할 것이란 대화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플린은 제재 문제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가 러시아 정보기관에 약점을 잡혔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에서, 플린의 행동은 트럼프 정부의 신뢰를 크게 추락시켰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11일 트럼프에게 의혹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플린이 기밀을 취급할 권리를 중단시키라고 요청했다.

반면 32세 젊은 우파 ‘정책 기술자’ 밀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밀러는 12일 ABC, NBC, 폭스뉴스 등 주요 방송에 잇따라 나와 반이민 행정명령을 옹호했다. 그는 법원이 행정명령 효력을 정지시킨 건 “사법부의 권력강탈”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가 연일 주장하는 ‘투표조작’에 대해서도 아무 증거 없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변했다. 이날 오후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나를 대변한 스티븐 밀러, 잘했어”라고 칭찬했다.

밀러는 고교 시절부터 다문화주의를 비판하며 극우 주장을 해온 인물이다. 트럼프의 ‘이론적 대부’로 불리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상원의원일 때 보좌관을 했다. 2013년 오바마 정부가 미등록 이주자를 구제하는 이민개혁법을 제안하자 극렬히 반대하면서 배넌과도 친해졌다. 그는 배넌이 만든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에 반이민 논리를 제공했다. 밀러는 잡지 애틀랜틱에 “전략과 메시지를 수립하기 위해 배넌, 세션스와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브렉시트를 주도한 영국 극우파 나이젤 파라지와 함께했던 2014년 브레이트바트 행사를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꼽는다. 밀러는 2015년부터 캠프에 합류해 트럼프의 연설문을 담당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과 지난달 20일 대통령 취임사도 그의 작품이다. 이제 그는 자신이 틀을 잡은 트럼프의 경제적 국수주의 발언들과 인종주의 반이민 공약들을 실제 정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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