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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내 덕에 된 사람 없다”지만, 12명 중 최소 2명 원하는 곳 갔다

2017.05.02 06:00

팩트 체크 ▶ 유승민, 안종범 전 수석에 인사 청탁 의혹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59)는 옛 새누리당 의원 시절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58·구속 기소)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경향신문 5월1일자 1·12면 보도)을 부인했다. 유 후보는 1일 제주 유세 중 기자들에게 “청탁이 아니고 내정된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을 뿐”이라며 “제가 거론한 사람 중 아무도 한(임명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거를 8일 앞두고 검찰이 이런 식으로 정치공작에 가담하는 것에 굉장히 분노한다”며 “무슨 불법이 있으면 수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향신문 취재 결과 유 후보가 안 전 수석에게 인사 등을 부탁한 12명의 인사 중 최소 2명은 실제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갔고, 유 후보도 안 전 수석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 후보가 안 전 수석에게 사직 위기에 처한 지인의 구명을 부탁한 인사 2명은 관련 계열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 후보의 인사청탁은 검찰 수사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유 후보는 2014년 7월 2번, 8월 1번 등 총 3차례에 걸쳐 안 전 수석에게 연락해 “경북고 1년 선배인 ㄱ씨가 대우증권이나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관심이 있는데 발탁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안 전 수석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가 대우증권과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각각 선임됐지만 유 후보는 그해 9월 ㄱ씨가 중소기업청 산하 금융기관장 최종후보자 중 한 명이 됐다며 안 전 수석에게 “챙겨봐 달라”고 말했다.

ㄱ씨는 결국 이 금융기관의 사장이 됐고 유 후보는 한 달 후에 안 전 수석에게 “ㄱ씨는 고마워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유 후보가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된 이후인 2015년 5월 안 전 수석에게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던 모 대학교수도 한 달 만인 그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원장에 취임했다.

유 후보는 지인의 ‘자리보전’도 안 전 수석에게 부탁했다. 한 시중은행 수석부행장이었던 ㄴ씨, 금융감독기관 고위급인 ㄷ씨가 대표적이다.

유 후보는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두 사람을) 자르지 말라고 말 좀 해달라”고 2014년 11월 안 전 수석에게 부탁했다. 안 전 수석은 유 후보에게 “(정 부위원장에게) 경고 주겠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각각 해당 은행 계열사와 금융위 산하기관으로 이동했다.

특히 “내정자가 있는데 응모하면 망신만 당하니 내정된 사람이 있는지 알아봤을 뿐”이라는 주장과 달리 유 후보는 한 지인에 대해서는 공모 당시 제출하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이력을 직접 안 전 수석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또 모 국책금융기관 사장에 공모했으니 살펴봐달라고 부탁한 지인의 프로필을 보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유 후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 후보가 자신이 속한 국회 상임위원회(외통위, 국방위)와 관계없는 공공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유 후보가 인사청탁을 한 인사들과 금품 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 사안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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