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폭도들의 핵심점을 사격 소탕하라”

2017.05.15 21:56 입력 2017.05.15 22:13 수정

광주시, ‘5·18 헬기사격 지침 문서’ 37년 만에 공개

“무장폭도들의 핵심점을 사격 소탕하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사격 지침’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기관총사격(기총소사)을 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사진)가 37년 만에 공개됐다. 광주시는 15일 5·18 전문연구자 3명 등 6명으로 구성된 ‘연구분석반’이 군 작전기록 등 3만여쪽의 문건을 검토해 헬기사격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광주시는 “분석반 조사에서 신군부가 시민군에 대한 구체적인 헬기사격 지침을 하달했고, 기총소사가 실제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2007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국방부 과거사조사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은 UH-1 헬기 10여대와 500MD 7대, G-1기 5대, 공격용인 코브라 헬기 2대를 운용했다. 일부 헬기에는 기관총 총탄 2000발이 탑재됐다는 기록도 있다.

고 조비오 신부 등도 “시민들을 향한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증언을 했다. 하지만 군은 이를 부인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지목하며 “가면을 쓴 사탄(이거나) 또는 성직자가 아니다”라며 “(헬기사격) 주장은 헬리콥터의 기체 성능이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거나 계엄군의 진압 활동을 왜곡하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광주시가 이날 공개한 문서는 헬기 기총소사가 육군본부 차원에서 지시된 것을 증명하고 있다. 1980년 5월22일 육군본부는 광주지역을 관할하는 2군사령부에 ‘헬기 작전계획을 실시하라’는 지침 문서를 내려보냈다.

‘고층건물이나 진지 형식 지점에서 사격을 가해올 경우 무장폭도들에 대해 핵심점을 사격 소탕, 위력시위 사격을 하천과 임야·산 등을 선정 실시, 상공을 감시 정찰 비행하여 습격 방화하는 집단은 헬기사격 제압’ 등 구체적이다.

이 같은 지침이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작전이 있었던 5월27일 실제 시행됐다는 것이 광주시의 결론이다. 당시 11공수부대는 27일 오전 4시쯤 도청 앞 전일빌딩과 인근 YMCA 건물에서 시민군 40여명과 총격전을 벌였다. 분석반은 “이날 20사단 작전일지에도 ‘무장헬기 무력시위’라는 기록이 있다”면서 “시민군을 제압하기 위해 헬기에 장착된 M-60 기관총으로 무차별 사격을 한 흔적이 37년 동안 리모델링이 진행되지 않은 전일빌딩 10층에 남아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국가 차원에서 당시 헬기 조종사와 무장사, 공개되지 않은 군 기록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요구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5·18 당시 헬기사격은 신군부의 사전 기획에 의해 자행됐음이 확인됐다”면서 “헬기사격과 발포 명령자 등 5·18에 대한 진실규명은 국가 차원의 5·18진실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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