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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신작에 담긴 인도의 이슈, ‘화장실’

2017.07.12 12:05 입력 2017.07.12 19:07 수정

다음달 11일 개봉하는 인도 영화 <토일렛>의 포스터. 화장실이 없어 갈등을 겪는 부부 이야기를 다룬 풍자 코미디 영화다.

다음달 11일 개봉하는 인도 영화 <토일렛>의 포스터. 화장실이 없어 갈등을 겪는 부부 이야기를 다룬 풍자 코미디 영화다.

2014년 5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부다운에서 14세와 16세 소녀 2명이 성폭행 당한 뒤 피살된 채 발견됐다. 사촌 간인 두 소녀는 집단 성폭행 뒤 살해됐고, 범인들은 이들을 나무에 매달았다. 부다운 주변 시골마을에서 최하층 카스트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으로 살던 이 소녀들은 집에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농촌지역 인구 8억 명 중 절반이 야외에서 용변을 봐야한다. 집에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전체 45%밖에 되지 않아서다. 도시 지역 인구 12%도 집에 화장실이 없다. 인도에서 화장실은 여성 안전과 직결된다. 지난해 미국 미시건대 연구에 따르면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바깥으로 나가 들판이나 철도에 용변을 봐야 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성폭행 당할 위험이 2배나 높다.

2013년 한해에만 인도에서 성폭행 사건 2만4923건이 보고됐다. 국가범죄기록국은 이 나라에서 22분마다 한 번씩 성폭행이 벌어진다고 발표했다. 집에 화장실이 없어 수㎞ 밖까지 나가야 하는 인도 농촌지역의 여성들에게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생명과 존엄성을 위협하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인도 비하르주 경찰 관계자는 2013년 BBC에 “이 지역 성폭행 사건 대부분은 여성들이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용변을 보러 나올 때 벌어진다”면서 “집집마다 화장실이 갖춰져 있었다면 지난해 1년 동안 성폭행 400건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비하르주에서만 870건이 넘는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비하르주는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한 농촌 지역이다. 인구 85%가 집에 화장실이 없다.

다음달 11일 개봉하는 ‘발리우드’ 영화 <토일렛>은 이 같은 인도의 상황을 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화 개봉 소식을 알린 홍보사는 “열악한 위생시설과 화장실 문제를 다룬 세계 최초의 장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최고 인기 영화배우 아크샤이 쿠마르와 부미 페드네카르가 부부로 출연하는 이 영화에는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선공개한 트레일러 영상은 불과 이틀동안 조회수 2500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쿠마르와 페드네카르는 이 영화에서 집에 화장실이 없어 관계에 위기를 겪는 부부를 연기한다.

이 영화 제작자는 “인도의 수많은 여성들은 새벽녘이나 해가 진 뒤 용변을 보러 가는 동안 성폭행과 납치 위협에 직면한다”면서 “일상적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일렛> 공식 트레일러 영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취임 직후부터 화장실 문제 개선을 최우선과제로 지목했다. 2019년까지 전국에 화장실을 지어 야외에서 용변 보는 일을 없애는 게 목표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보건위생 국제 시민단체인 워터에이드 보고에 따르면 제대로 된 화장실이 필요한 사람만 나라 전체에서 7억7000만명에 이른다. 깨끗한 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화장실 등 위생시설이 열악해 매년 5세 이하 아동 6만8000명이 설사로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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