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원 게이트’

매달 1억원 ‘현금’으로 안봉근·이재만에게 번갈아 ‘상납’

2017.10.31 23:01 입력 2017.10.31 23:05 수정

조윤선 월 500만원 받아…다른 청 수석들도 수수 정황

‘뇌물죄’ 규정, 전직 원장 3명 입건…야 “예전에도 있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검찰이 포착했다. 31일 핵심 피의자인 조윤선 전 정무수석(오른쪽 사진)이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에 출석하고 있으며,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왼쪽)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김기남 기자·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검찰이 포착했다. 31일 핵심 피의자인 조윤선 전 정무수석(오른쪽 사진)이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에 출석하고 있으며,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왼쪽)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김기남 기자·연합뉴스

검찰이 31일 국가정보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핵심 참모들에게 전달한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족들의 ‘쌈짓돈’으로 활용됐을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40억원+α(알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날 관련 혐의로 체포하거나 압수수색을 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51)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51),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51)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다른 청와대 수석들에게도 국정원 돈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날 “박근혜 정부에서 매달 국정원장 몫으로 지급된 특수활동비 일부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에게 전달된 것”이라고 말했다.전 정부 내내 지속적으로 거액이 전달됨에 따라 남재준(73)·이병기(70)·이병호(77) 전 국정원장 등이 전원 뇌물공여 또는 국고손실죄 피의자로 입건됐다.

검찰 조사 결과 2013~2016년 최소 40억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상납금으로 전달됐다. 국정원 간부는 매달 1억원가량의 현금을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게 번갈아가면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8)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안 전 비서관에 대해서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정사실화됐다.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 가교 역할을 해온 조 전 수석(재임기간 2014년 6월~2015년 5월)에게도 매달 500만원씩 총 수천만원이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들에게 전달된 국정원 돈은 친박계 의원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이번 사건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대형 게이트’로 확대될 수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국정원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기업을 상대로 보수단체 지원을 압박한 ‘화이트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단서가 포착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예산을 담당한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상납금의 존재를 시인하면서도 “관행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금을 뇌물로 보고 있다.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없더라도 공무원이 단순히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기만 해도 인정된다. 지난 10년간 국정원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4조7642억원으로 지난해에만 486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향후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흘러간 국정원 특수활동비 규모를 추가로 밝힐 예정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가 박 전 대통령 ‘통치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특수활동비 상납이 다른 정부 때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법무부 등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정원이 해마다 10억원씩 청와대 비서관에게 상납했다는 건 누가 봐도 잘못된 일이고 현행법에 어긋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역대 대통령은 그럼 어떻게 됐느냐, 이런 일이 박 전 대통령 당시 최초로 일어난 일인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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