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넷’ 만든 유일혁 대표 인터뷰 “교수가 절대적인 대학원 ‘이 연구실은 가면 안된다’ 그 정도는 알려주고 싶었죠”

2018.11.17 06:00 입력 2018.11.17 06:02 수정
장은교 기자

[커버스토리]‘김박사넷’ 만든 유일혁 대표 인터뷰 “교수가 절대적인 대학원 ‘이 연구실은 가면 안된다’ 그 정도는 알려주고 싶었죠”

연구비 지원·장학금 여부·취업 등
학생에게 중요한 정보 파악 어려워

구글 스칼라·학교 홈페이지 등 뒤져
명확한 기준으로 정보 가공해 제공
한줄평 조작 막으려 평점과 따로 관리

미·일 교수들과의 실적 비교 준비 중
외국인 유학생 서비스도 만들 것

교수평가사이트 ‘김박사넷’의 유일혁 대표(35)는 사진촬영을 한사코 사양했다. “너무 많은 교수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락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사 출신인 그는 변리사 일을 잠시 접고 지난 1월 학교 후배와 함께 김박사넷을 만들었다. 지난달 29일 경향신문과 만난 유 대표는 “교수만큼 학생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없는데, 학생들은 별다른 정보도 없이 대학원에 간다”며 “개별 교수와 싸우거나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최소한 ‘어떤 연구실은 가면 안된다’ 정도는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공유오피스 개포 디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김박사넷’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면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나는 좋은 교수님을 만났지만, 대학원 때 괴로워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대학원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이라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 진학 전에 연구실 정보를 알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자대생들은 그나마 낫다. 교수 수업도 미리 들어보고 선배들이 어딘 가지 말라고 솔직히 말해주기도 하니까. 타대생들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스가 거의 없다. 홈페이지에 논문실적 정도는 공개되지만 그것도 연구실마다 다르고 홈페이지가 없는 교수들도 많다. 연구비는 어느 정도 지원되는지, 장학금은 받을 수 있는지, 취업은 잘되는지, 학위 따려면 몇년 정도 걸리는지 등의 정보는 학생 입장에선 너무 중요하지만 공개되지 않는다.”

- 김박사넷은 정보를 어떻게 얻나.

“구글 스칼라 사이트부터 학교·도서관 홈페이지 등 볼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다 뒤지고, 우리만의 노하우로 정보를 가공한다. 논문 검색할 때 교수 저자 영문명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개인이 일일이 찾으려면 어려울 때가 많다. 전공별 특성에 따라 어떤 과는 논문이 많이 나올 수 있고 어떤 과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반영한다.”

- 연구실적 정보가 틀리다고 주장하는 교수도 있다.

“간혹 틀렸다고 연락하는 교수들도 있는데 우리 기준을 설명하면 대체로 수긍한다. 김박사넷은 최근 5년 실적만 공개한다. 학생들에겐 과거 실적보다 현재 연구성과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 한줄평이 교수들에 대한 인신공격이라는 비판도 있다. 허위 악플이 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악평이 화제가 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좋은 평과 나쁜 평이 반반 정도다. 한줄평 안내에 ‘장점 위주로 써달라’고 하고 욕설은 별표로 처리한다. 모든 익명게시판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지만, 사용자들을 믿는다. 허위인지 아닌지는 보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좋은 쪽으로 조작된 글도 마찬가지다. 김박사넷은 글을 남기는 이들에게 어떤 이익도 제공하지 않는다. 글을 남겨야 글을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다. 누구나 볼 수 있고, 대학 e메일만 있으면 누구나 글을 남길 수 있다. 사실 한줄평 서비스는 나중에 추가됐다. 한줄평 서비스가 없어도 학생들이 김박사넷을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정보 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 교수가 학생들 시켜서 한줄평을 조작한다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걸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했다. 우선 한줄평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고 일정량 이상 쌓여야 올라온다. 업데이트 주기가 얼마인지 일정량의 기준이 얼마큼인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교수가 시키고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해도, ‘김박사넷 시스템상 바로 반영되지 않아서 어렵다’고 방어할 만한 명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한줄평과 평점도 따로 관리한다. 교수가 시켜서 억지로 좋은 한줄평을 썼더라도 평점은 솔직하게 주면 그대로 남는다. 평점은 가장 최근에 남긴 것으로 업데이트된다. 나름 치밀하게 만들었다(웃음). 사실 학생들은 보면 안다. 조작글인지 아닌지.”

- 직접 느끼는 반응은 어떤가.

“지난 8월 한 학생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는데, ‘김박사넷 덕분에 교수와 터놓고 얘기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김박사넷을 시작할 때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장면이 실제 현실로 다가오니 정말 꿈만 같았다. 젊은 교수들, 특히 자기 연구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매우 좋아한다. 응원한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교수들의 연락도 받았는데, 아직 소장이 접수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모든 분들께 일일이 답장해드린다.”

- 항의받은 한줄평을 삭제하지 않고, ‘이 한줄평은 해당 교수의 요청에 따라 블락처리됐습니다’라고 남기는 이유는.

“교수는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남들의 평가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쁜 평을 지우라고 하는 교수들은 과연 학생들의 발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일까. 대부분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종 학생을 시켜서 한줄평 지워달라고 연락하는 교수도 있는데, 우리는 교수가 직접 연락해야 지워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알린다.”

- 돈은 어떻게 버나.

“구글 광고가 걸려 있긴 한데 아직 못 벌고 있다(웃음). 김박사넷이 계속 유지되고 확장되기 위해선 비즈니스 모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고민하고 있고 투자제안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유료화할 생각은 없다. ”

- 앞으로 계획은.

“한국 대학교수들의 실적을 미국, 일본의 동일계열 교수들의 실적과 비교하는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한국에선 유명한데 실적으로 보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려주고 싶다. 한국으로 유학오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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