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음주운전

2014.10.24 20:42 입력 2014.10.24 21:05 수정
신동호 논설위원

처음 차를 산 운전자가 새벽녘에 만취 상태에서 경인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용변을 참을 수 없어 갓길에 차를 세웠다. 시원하게 볼일을 본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신이 고속도로에 있고 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평소 술을 마셨을 때처럼 택시를 잡으려고 지나가는 차를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마침 택시가 그를 발견해 무사히 집에 데려다 주었다. 다음날 그는 함께 술을 마신 친구들의 기억을 빌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점심 무렵 고속도로에 세워둔 차를 찾았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음주운전이 자주 화제에 오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이런 무모한 음주운전자는 물론 그것을 자랑처럼 떠벌리는 술꾼도 없을 듯하다. 그만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법적·행정적 조치도 엄중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음주운전 적발건수가 하루 평균 732건이라는 통계에서 보듯이 음주운전은 여전하고 그로 인한 교통사고도 별로 줄지 않고 있다.

경찰이 말하는 음주운전이란 단순히 술을 먹고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상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의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이다. 앞에 소개한 ‘엽기 음주운전자’처럼 운이 좋아서 사고도 나지 않고 단속에 걸리지도 않는 경우는 법적으로 음주운전이 아닌 셈이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데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경찰의 단속을 피하거나 법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게 마련이다.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도망을 치는가 하면 추가로 술을 마시기도 한다.

운전자의 음주운전 처벌 모면 수법에 맞서 음주운전 단속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이 나왔다. 경찰교육원이 발간한 <음주운전수사론>이다. 운전자의 음주측정 방해나 도주, 추가 음주 등으로 사고 시점의 음주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를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역추산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시간당 혈중 알코올 농도 감소치를 감안하면 앞에 소개한 엽기 음주운전자는 다음날 고속도로에서 차를 찾아 돌아갈 때도 음주운전 상태였을 게 틀림없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지 않을 왕도는 안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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