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독거노인, 장례비 등 현금과 편지 남기고 목숨 끊어

2014.10.31 18:30 입력 2014.10.31 22:12 수정

“나를 거둔 분, 고맙다… 국밥 한 그릇 하시라”

세 들어 살던 60대 독거노인이 살던 집이 팔려 나가게 되자 자신의 장례비 등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주택 1층에 살던 최모씨(68)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자신의 방 안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는 49.5㎡(15평)가량 되는 방에 LH의 독거노인 전세 지원금 5700만원을 받아 전세금 6000만원을 주고 생활해왔다. 이 집이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상황을 알고는 지난 28일 공사 측에 “내일 퇴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퇴거 당일 연락이 닿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한 공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최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약 3개월 전 노모를 잃은 뒤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최씨의 옆방 테이블 위에서 “고맙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라. 개의치 말라”고 적힌 봉투와 10만원가량의 현금을 발견했다. 최씨는 장례비로 추정되는 100여만원, 전기·수도요금 고지서와 이에 해당하는 돈도 새 돈으로 구해 남겨 놓았다. 경찰은 “남긴 돈은 총 176만원”이라며 “자신의 시신을 수습하러 올 사람을 위해 돈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특별한 직업이나 모아 놓은 재산이 없던 최씨가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발견된 돈은 조카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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