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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수사…서울청, 중간결과 발표 시나리오 미리 짰었다

2013.09.06 12:55 입력 2013.09.06 15:41 수정

국정원 댓글의혹 수사축소 지시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5)에 대한 재판에서 서울청이 중간수사결과 발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예상질문을 논의한 수첩을 추가로 공개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서울청 기획실장 김모씨로부터 압수한 수첩을 제시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내용을 은폐·축소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제시한 2012년 12월 15일자 김 실장의 서울청 회의내용 메모에는 이미 2012년 12월 17일에 기자 브리핑을 한다는 내용도 적시돼 있었다. 12월 16일 오후에 서울청 사이버분석팀에서 분석결과가 나와 그 즉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라는 김 전 청장측 주장과는 배치된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검찰은 “기자 브리핑에서 나올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쓴 것으로 보이는 ‘수사결과 발표는 말씨가 곱고 부드러운 김○○경장이 맡기로’ 라는 메모, 수서서의 수사의뢰는 수사범위를 초과하기 때문에 압수수색영장 발부받기 어렵다는 내용의 대응논리, 대책 등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기 전날 회의에 이미 수첩에 기재돼 있었다”며 “이는 이미 경찰이 분석결과와 별개로 수사결과 발표 시나리오를 짜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또 서울청 직원 데스크톱(PC)를 압수수색하면서 나온 메신저 내용도 추가로 공개했다.

메신저 대화내용과 첨부파일 전달내역을 살펴보면 서울청이 2012년 12월 16일 오후 11시쯤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이자 수서서로부터 100개의 키워드를 4개로 축소하라는 지시를 내려 수서서로부터 키워드 4개를 받기도 전인 2012년 12월 16일 오전 6시에 이미 서울청에서 중간수사결과발표 초안을 작성하고 여러차례 수정한 내용이 드러난다.

검찰은 “파일을 살펴보면 16일 오후 6시35분에 수서서로부터 수사결과 부분만 공란으로 된(사건경위 정도만 적힌) 보고서 한글파일을 메신저를 통해 받아놓고 오후 9시3분에 수서서로부터 또다시 똑같은 한글파일을 전달해달라고 한 뒤 받은 정황도 나온다”면서 “이는 일종의 파일 덮어쓰기를 통해 서울청이 왜곡분석한 점을 숨기기 위한 섬세한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밖에도 분석팀 직원 중 일부의 PC에서 중간수사결과 발표 직후까지도 알려주지 않은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과 PC에서 나온 실제 분석결과가 담긴 파일을 다른 파일로 옮기고 기존 작업을 삭제해 향후 닥칠 수 있는 감찰이나 검찰수사에 대비하려 한 정황 등도 증거로 제시했다.

한편 김 팀장은 이미 검찰의 증거확보로 확인된 사실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르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해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판장은 “증인은 처음 수사의뢰를 한 공문조차 ‘사이버팀에서 한 것이라 모른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재판부조차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자칫 증인이 발뺌하려고 숨기고 있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찌됐든 같이 수사를 하면서 공문이 나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공문을 보냈죠’라고 검찰이 질문하면 ‘네’라고 즉답해야지 다른 핑계를 대는 것은 증인이 뭔가 숨기려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답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이후에도 검찰의 대부분의 질문에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김 팀장을 비롯해 당시 사이버팀장 및 서장 등 3명 순으로 밤늦게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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