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억압·욕망에 뒤틀린 가족, 어긋난 삶을 수정하다

2012.06.01 20:26 입력 2012.06.01 20:56 수정
윤성노 기자

▲인생수정…조너선 프랜즌 지음 | 김시현 옮김 | 은행나무 | 736쪽 | 1만8000원

조너선 프랜즌은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인물에 올랐다. 그가 2010년에 장편소설 <자유>를 내놓았을 때다. 타임은 그를 ‘위대한 미국 소설가’라고 소개하며 그의 소설 <자유>에 대해 ‘그의 인물들은 미스터리를 해결한다거나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거나 미래에 살지 않는다. 조너선 프랜즌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자유>보다 9년 일찍 출간된 장편소설 <인생수정>도 그런 ‘프랜즌 소설’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생수정>은 가부장적이고 독재적인 가장을 둔 램버트가(家), 다섯 구성원들의 뒤틀린 삶과 그들이 어긋난 인생을 스스로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과 삶]억압·욕망에 뒤틀린 가족, 어긋난 삶을 수정하다

가족들 위에 군림하며 모든 것을 통제했던 가장 앨프레드가 파킨슨병에 걸려 힘없는 노인으로 전락한다. 남편에게 눌려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그의 아내 이니드는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거실을 다시 꾸미기로 마음먹은 이니드는 남편이 애지중지하던 의자를 버리기로 한다. 그녀가 의자를 버리는 이유는 단 하나. “나는 저 의자가 싫어요”, 그것뿐이다. 그것은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녀는 이제 무엇도, 그 무엇도 자신의 희망을 죽일 수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일흔다섯 살이었고,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갈 터였다.’

앨프레드의 세 자녀도 독재자인 아버지의 영향에서 도망치기 위해 방황한다. 그러나 큰아들 개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의 삶을 닮아가 가정불화와 우울증에 시달린다. 작은아들 칩은 현실 도피적인 삶을 산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을 억압당했던 딸 드니즈는 섹스에 탐닉해 불륜과 동성애에 빠져든다.

앨프레드의 파킨슨병이 심해진다.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도 자신의 몸과 마음조차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아들에게 “나 좀 도와다오” 부탁을 한다. 앨프레드도 삶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인생을 ‘수정’하는 것이다.

조너선 프랜즌은 <인생수정>에서 다니던 철도회사가 파산한 앨프레드, 주식투자로 자기만의 재산을 만들어나가는 이니드, 대학사회에서 쫓겨나 리투아니아로 건너갔다 돌아오는 작은아들 칩 등 다섯 식구의 삶을 통해 부조리한 인간사회의 문제를 드러낸다.

‘인류는 다른 종을 몰살시키고, 대기를 온난화하고, 인간과 닮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파괴할 기회와 지구를 지배할 권리를 가졌지만, 그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프랜즌의 소설은 근래에 유행한, 개인의 내면과 감정을 기술하는 ‘사소설(私小說)’과는 다르다. 탄탄한 서사 구조 속에서 사회문제를 드러내고 비판하는 ‘사회소설(社會小說)’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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