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매미벼룩좀벌입니다 “해충 꽃매미 천적 나타났다고 사람들이 환호하더군요”

2015.07.22 21:49 입력 2015.07.22 22:45 수정

꽃매미 알에 산란 습성

알을 양분삼아 자라나죠

생물학적 방제라더군요

꽃매미라는 곤충을 아시나요. 포도·배·복숭아 열매를 망쳐놓거나 소태나무·가죽나무·참죽나무 등 30여종에 달하는 식물 수액을 먹어치워 생육을 느리게 만드는 해충입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꽃매미는 2006년 충남 천안에서 크게 발생한 후 천적이 없던 탓에 거침없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과수원의 불청객이 됐습니다. 2014년 1608㏊, 2015년 1248㏊에 큰 피해를 입혔지요.

나는 꽃매미벼룩좀벌입니다 “해충 꽃매미 천적 나타났다고 사람들이 환호하더군요”

나는 꽃매미의 천적 ‘꽃매미벼룩좀벌’입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자들이 지난 4월 서울과 경기 하남시의 가죽나무에 산란한 꽃매미 알에서 나를 발견하곤 기쁨의 탄성을 질렀습니다. 한국에는 없는 줄 알던 토착천적을 이용해 생물학적 방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적 방제는 농약 등을 뿌리는 화학적 방제와 달리 환경도 보호하면서 천적을 이용해 병해충을 죽이는 것입니다. 오랑캐를 이용해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의 고사성어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생각하면 돼요. 특히 생태계 교란도 하지 않는 토종 생물종 중에 해충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생물을 토착천적이라고 부릅니다. 벼룩좀벌, 송충살이벼룩좀벌, 짧은날개벼룩좀벌, 짚시나방벼룩좀벌 등 4종만 알던 사람들이 내가 한국에 산다는 걸 알게 된 것이죠.

내가 꽃매미 알을 없애는 방법의 비밀은 산란 방식에 있습니다. 나는 9~10월 사이 먼저 산란을 해놓은 꽃매미의 알덩어리를 찾아내 그 안에 알을 낳습니다. 내 알은 꽃매미 알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숙주인 꽃매미의 알은 죽습니다. 농가에서 나를 이용하면 돌발해충인 꽃매미를 크게 줄일 수 있겠지요.

나는 꽃매미벼룩좀벌입니다 “해충 꽃매미 천적 나타났다고 사람들이 환호하더군요”

‘생물학적 방제라는 게 말은 그럴 듯한데 가능할까’ ‘벼룩좀벌을 생태계에 마구 풀어놓았다가 다른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생물학적 방제는 세계적으로 널리 도입된 방법입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내 친구 무당벌레도 식물에 피해를 끼치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해한 곤충인데요. 이미 한국 곳곳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생물학적 방제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에 있었습니다. 사과면충을 방제하기 위해 일본에서 사과면충좀벌을 도입한 것이지요. 토착 곤충 외에도 현재 식물검역원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는 천적 곤충은 30여종에 달합니다. 모두 국내 생태계에 악영향이 없도록 엄격한 평가를 거친 후 들여오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28종의 나방류 해충 방제를 위해 알기생벌 9종이 이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알기생벌이 이용되는 면적은 약 4000만㏊에 달하고, 적용되는 농작물도 옥수수·벼·사탕수수·면화 등 다양합니다.

나를 꽃매미 퇴치의 선봉장으로 내세우려면 아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해야 하고, 대량 사육하는 기술도 개발해야 합니다. 현재 생물자원관과 꽃매미 토착천적 발굴을 위해 협력해온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천적연구실이 중국에서 도입한 내 친구들의 생태적 특성을 평가하고, 대량 사육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하니 우리의 활약을 볼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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