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이후 1주일 흘려보낸 새누리, 집권당 맞나

2016.04.20 21:09 입력 2016.04.20 21:10 수정

20대 총선이 끝나고 1주일이 흘렀다. 일반적으로 선거 후 이 시점쯤 되면 패배한 정당은 “뼈를 깎는” 각오로 환골탈태를 다짐하게 마련이다. 새누리당은 다른 것 같다. 지난 1주일 동안 벌인 일이라곤 ‘원유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뿐이다. 과연 집권당이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어제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당의 중심을 잘 잡고 책임감 있게 차기 지도부가 들어설 때까지 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도 했다.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물러선 것이다. 당초 최고위원회가 ‘신박(새로운 친박)’으로 불리는 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총선 참패에 책임져야 할 인사에게 당 혁신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당권을 놓지 않으려는 친박계의 욕심이 혼란만 야기한 것이다.

친박계의 안이한 현실인식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만약 대통령이 국정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했다면 친박의 행태도 지금 같지는 않았을 터다. 대통령은 그러나 ‘주어’도 분명치 않은 선거 평가로 어물쩍 넘어감으로써, 자신을 정점으로 한 권력 핵심부에 ‘면죄부’를 주고자 했다. 이러니 친박도 책임감이나 위기의식을 갖는 대신 당내 패권에 미련을 두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새누리당에 치열한 성찰을 요구하는 까닭은 그들이 패자여서만은 아니다. 원내 2당으로 추락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정 운영의 핵심축인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총선 민의는 집권세력의 총체적 변화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이러한 민의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무른다면, 국정은 또다시 표류하고 민생은 더욱 악화될 게 분명하다. 민의 존중의 출발은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야 한다. 뒤늦게나마 친박 일부에서도 수직적 당·청 관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선 졌지만 대선에선 보수 결집·야당 분열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혁신 없이 요행만 기대하다가는 더욱 가혹한 민의의 심판에 직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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