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연루 분양사기…검찰, 3번이나 무혐의 처분

2019.04.01 06:00 입력 2019.04.01 06:01 수정

‘한방천하’ 사건은

수백명 피해자들 “윤씨가 로비…참고인 조사도 안 해”

개발비 유용 증거 모아서 내자 검찰 “공소시효 지났다”

진정서 받은 검사 “왜 이런 식으로 수사했나 모르겠다”

2008년 3월 춘천지검장으로 취임 당시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을 통해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3월 춘천지검장으로 취임 당시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을 통해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할 만한 형사 사건으로는 김 전 차관이 검찰 고위직으로 재직하는 4년 동안 3차례에 걸쳐 검찰 수사가 진행된 ‘한방천하’ 사건이 꼽힌다.

3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한방천하 사건 관련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피해자들은 2007~2011년 윤씨와 측근들을 사기 및 횡령 혐의로 1차례 진정하고, 2차례 고소했다. 검찰은 3차례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방천하는 윤씨가 회장으로 있던 건설사가 시행을 맡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약재 전문 상가 건물이다. 2002년 사업을 시작해 2006년 준공했다. 분양자 수백명을 모았지만 사업은 실패했다. 수억원대 돈을 날린 분양자들은 윤씨 회사를 상대로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에 진정·고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윤씨 회사가 허위 분양광고로 분양자를 끌어모았고, 2003년 상가 분양 당시 분양자들로부터 모은 개발비 70억원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서울북부지검에 진정을, 이듬해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2차례 모두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들은 새로운 증거를 모아 2010년 10월 서울중앙지검에 윤씨를 횡령 혐의로 다시 고소했다. 국세청에 윤씨 회사의 세무조사를 직접 의뢰해 개발비 70억원 중 17억원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번에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확보한 국세청 자료 등을 볼 때 업무상횡령죄와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공소시효 7년이 지나 기소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대표 김모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이 진작부터 제대로 조사를 했으면 시효 전 죄를 물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2008년 고소에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대검찰청에 수사를 맡았던 검사·수사관과 윤씨 등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 “검사가 윤씨 등의 진술만 믿고 계좌 추적이나 주요 참고인 조사 같은 과정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김씨는 “진정을 받은 중앙지검 검사도 ‘수사를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검사가 ‘일단 진정을 취하하고, 새로 고소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김씨 등 피해자들은 그 말대로 따랐지만, 돌아온 것은 똑같은 불기소 처분이었다.

피해자들은 2011년 윤씨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도 그의 로비 정황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윤씨는 수사관이 편파수사를 한다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회사 임원이 ‘수사관은 내가 삶아놨으니, (회장님은) 검사 쪽에다 손을 대보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적었다. 윤씨는 임원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하면서, 비리를 임원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평소 임원이 윤씨의 로비 이력을 알고 있으니 그런 말도 나오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김 전 차관과 윤씨의 간접적인 연결 정황을 암시하는 사례도 보인다. 2011년 당시 윤씨는 진정서에 이어, 개발비 유용은 회사 부하 직원들의 책임일 뿐 자신은 몰랐다는 진술서를 검찰에 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이 춘천지검장 재임 시절 춘천지검 차장검사로 근무했던 박모 변호사가 윤씨의 진술서와 진정서를 작성했다. 김씨는 “윤씨가 변호사 팩스를 통해 자신의 진술서와 진정서를 보내줬다”면서 “서류에 찍힌 팩스번호를 확인해보니 박 변호사 사무실이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단은 한방천하 등 윤씨의 형사 사건에 관해 김 전 차관이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했는지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춘천지검장, 광주고검장 등 고위직을 역임했다. 근무인연이 있는 동료 검사들을 통해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서 사건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면 알선수뢰가 되고,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0년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