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과학고의 ‘의대 진학 억제’ 결정 확산효과 기대한다

2019.12.02 20:53 입력 2019.12.02 20:55 수정

서울시교육청이 서울과학고(영재고)의 의대 진학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한 개선책을 내놨다. 내년 신입생부터 의대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과 교육비 등을 환수 조치하고 교내대회에서 받은 상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이공계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와는 달리 해마다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학생이 4~5명에 1명꼴로, ‘의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비판을 받자 내놓은 대책이다. 국비로 지원하는 학교인 만큼 최소한의 책무성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실효성을 담보할 후속 방안 등을 통해 의대 쏠림·과열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일 서울과학고의 ‘의학계열 진학 억제방안’에 따르면, 학교는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에게는 일반고 학생보다 더 많이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비를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1인당 연간 500만원, 3년 1500만원 내외다. 입학 전형도 변경해 현재 지역별로 1명인 ‘지역인재 우선선발’ 인원을 2021학년도부터는 지역별 2명 이내로 2배가량 늘려 뽑기로 했다.

현재 서울과학고와 같은 전국의 과학영재학교는 모두 8곳이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법에 따라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자 설립,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이 국비로 지원된다. 그중 서울과학고의 의대 진학률이 가장 높아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왔다. 영재학교 8곳의 의대 진학률은 평균 10%가 되지 않지만, 서울과학고는 지난해 졸업생 130명 중 30명이 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해 23%를 넘었다. 2003년에 설립된 최초의 과학영재학교인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의대 진학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과 비교된다. 이 학교는 의대에 진학하게 되면 고교 졸업장을 수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의대 진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서울과학고의 개선책은 의대들의 입시 전형 변화와 맞물려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과학고·영재고 학생의 의대행은 주로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이다. 따라서 국비지원 학비 환수 등을 감수하고라도 의대 진학을 감행할 경우 사실상 이를 막기 어렵다. 교육부의 보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의대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입서열화의 정점에 의대가 자리 잡았고, 과학고·영재고는 의대로 가는 디딤돌로 여겨졌다.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학교운영은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교육청과 서울과학고의 조치가 효과를 거두고 다른 영재고로 확산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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