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메카’…첫 여성 보안요원에 남성 동행 의무 폐지

2021.07.22 15:34 입력 2021.07.22 16:33 수정

무슬림들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가 올해부터 달라졌다. 사우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보안요원들이 성지를 지켰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는 규율도 폐지되면서 혼자서나 동성 동행인들과 함께 메카를 찾은 여성들도 있었다.

여성 보안요원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을 지키고 있다. 모든 무슬림은 기도 시간마다 신전인 카바(사진 좌측 검은 천으로 두른 정육면체 구조물)를 향해 기도한다. 메카|AP연합뉴스

여성 보안요원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을 지키고 있다. 모든 무슬림은 기도 시간마다 신전인 카바(사진 좌측 검은 천으로 두른 정육면체 구조물)를 향해 기도한다. 메카|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무슬림들의 연례 성지순례인 하지 기간 동안 메카 대사원을 지키는 여성 보안요원들의 모습을 전했다. 카키색 군복을 입은 여성 요원들은 검은색 베레모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메카 대사원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검은색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렸다. 이번에 메카 현장에 처음 투입된 모나는 “가장 신성한 장소에서 성지순례객들을 지켜 명예롭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카 대사원의 카바(검은 천으로 두른 정육면체 형태의 구조물) 인근에서 경비를 맡은 사마르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가족들의 권유를 받고 입대했다. 그는 “종교와 국가, 자비로운 신의 손님들을 지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십명의 여성 요원들은 지난 4월부터 메카와 메디나에서 경비를 섰다.

여성 성지순례객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메카 주변인 미나에 있는 사탄을 상징하는 기둥에 돌을 던지고 기도하고 있다. 무슬림은 메카 성지 순례 과정중 이 기둥에 찾아가 돌을 던지며 액땜 의식을 치룬다. 미나|AP연합뉴스

여성 성지순례객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메카 주변인 미나에 있는 사탄을 상징하는 기둥에 돌을 던지고 기도하고 있다. 무슬림은 메카 성지 순례 과정중 이 기둥에 찾아가 돌을 던지며 액땜 의식을 치룬다. 미나|AP연합뉴스

올해부터 모든 성인 여성 순례객들은 남성 보호자 없이 메카를 찾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만 45세 미만의 여성은 반드시 남편이나 남성 친척과 함께 메카를 방문해야 했다. 사우디 당국은 올해 하지 기간 메카를 찾는 사람 40%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여성 무슬림 부쉬러 샤는 올해 혼자 메카를 방문한다. 샤는 자신이 순례를 가 있는 동안 남편이 아이를 돌보기로 부부 간 상의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메카를 가본 적이 없는 다른 여성은 이번에 두 동성 친구들과 메카를 갈 계획이다. 그는 이전에 수차례 성지순례를 가려 했지만, 남편이 이미 메카를 방문한 데다 세 아이를 돌봐야 하는 탓에 갈 수 없었다. 현지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마르와 셰이커는 “남성 보호자 없는 성지순례는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통신은 여성 포용적인 이번 조치들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정책인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개혁을 발표한 이후 사우디 당국은 여성들의 사회 활동 허용 범위를 넓혀왔다. 2018년 여성의 운전과 축구경기장 입장이 허용됐고, 이듬해에는 21세 이상 여성이 남성 없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허용했다.

하지만 현지 여성 단체들은 사우디의 여성 인권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은 지난해 여성 운전 금지와 남성 후견제 반대 운동을 벌인 자국 여성인권 운동가인 루자인 알하틀룰에게 국가안보법과 반테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8개월을 선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지 기간 메카 성지순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여행사를 이용해야 하는데, 아직도 남성 보호자 동행을 의무화하는 ‘마흐람’을 조건으로 걸고 있는 여행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무슬림 성지순례객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을 찾아 카바를 향해 절하고 있다. 순례객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있다. 메카|AP연합뉴스

무슬림 성지순례객들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대사원을 찾아 카바를 향해 절하고 있다. 순례객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있다. 메카|AP연합뉴스

무슬림들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례 성지순례 명절 하지를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아라파트 평원의 ‘자비의 산’ 바위 언덕 위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숭배하는 신 무함마드가 이곳에서 마지막 설교를 했다고 여겨지고 있다. 메카|AP연합뉴스

무슬림들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연례 성지순례 명절 하지를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아라파트 평원의 ‘자비의 산’ 바위 언덕 위에서 기도하고 있다. 이슬람교가 숭배하는 신 무함마드가 이곳에서 마지막 설교를 했다고 여겨지고 있다. 메카|AP연합뉴스

하지 기간 매년 200만명대의 성지순례객들이 찾아왔지만 사우디 당국은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추첨을 통해 백신접종을 마친 18세~65세 무슬림 6만명만 메카 대사원에 들여보냈다. 지난해에는 1000명만 들여보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출생지로 여겨지는 메카는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교 2대 성지로 꼽힌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건강한 신체와 경제적 능력이 되는 무슬림은 일생에 한번은 꼭 두 성지를 순례해야 한다. 무슬림 연례 성지순례 하지는 샤하다(신앙고백), 살라트(기도), 소움(금식), 자카트(자선 헌금)에 이어 이슬람 5대 의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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