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자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가요!" 안된다···복지부, 어린이집 아동학대 매뉴얼 개정

2021.08.18 13:50 입력 2021.08.18 14:04 수정

서울 서초구 방배중학교 외벽에 입체 테마벽화가 조성된 가운데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다./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서울 서초구 방배중학교 외벽에 입체 테마벽화가 조성된 가운데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다./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얼른 자야지! 안 자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가요!”

앞으로 어린이집에서 이런 식의 낮잠 지도를 할 수 없게 된다. 아동을 존중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자칫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이불이랑 베개가 어딨지? 선생님과 노랫소리 들어볼까”와 같은 표현이 권장된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매뉴얼’ 개정안을 18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아동 학대 발생 이후 보육 교사의 행동 요령 위주였던 기존 매뉴얼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학대를 예방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수렴해 아동 학대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어린이집 내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부주의한 지도’ 개념을 도입했다. 부주의한 지도는 안전관리의 ‘니어미스(Near Miss, 안전사고가 일어날 뻔했으나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실제 학대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보육 현장에서 유아를 존중하지 않아 자칫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지도 방식을 말한다.

복지부는 개정 매뉴얼에서 상황별로 학대를 야기할 수 있는 부주의한 지도 사례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가령 급식이나 간식 지도시 “손으로 먹는 거 아니에요. 포크로 먹어야지”라고 하기보단 “밥 좋아해? 선생님도 밥 맛있어! 우리 포크로 먹어볼까?”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식이다.

이밖에 기존 매뉴얼의 적용 대상이 보육 교사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개정안에서는 부모와 어린이집 원장, 보육교사 간의 협업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보육교사가 부주의한 지도 방법을 인식하고 수정하면 어린이집 원장은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이를 중재하고 권장해야 한다. 부모는 가정 학대 예방에 주력하는 한편 어린이집과는 동반자적 관계로서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보육 교사의 직무스트레스 완화 방안도 담겼다. 개정된 매뉴얼을 보면 보육 교사들은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자기이해 테스트’를 받을 수 있으며, 같은 고충을 겪는 직원과 연대감을 강화하거나 어린이집 원장 및 전문가와 업무 재조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정부는 개정 매뉴얼을 지방자치단체와 법무부 등 행정기관과 검·경찰 등 사법기관에 공유해 현장 아동학대 대응 방식의 혼선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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