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혜 해부

대장동 복마전, 위험은 사회가 이익은 소수가 챙겼다

2021.10.04 19:34 입력 2021.10.04 19:49 수정

경기 성남 대장동의 ‘판교 SK뷰 테라스’ 부지에서 지난 1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기 성남 대장동의 ‘판교 SK뷰 테라스’ 부지에서 지난 1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 사업(이재명 경기지사)”이라던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은 속살이 들춰질수록 “단군 이래 최대의 부패 스캔들(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에 가까워지고 있다.

민영개발과 공영개발의 단점을 보완할 모델이라는 기대를 받은 ‘민관 합동 개발’은 사업의 위험부담은 공공부문이 떠맡으면서도 이익은 소수의 개인에게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수천억원의 이익을 거둔 소수의 민간 사업자는 이 중 수백억원을 정치권과 법조계,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과 공유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착복한 이익의 단위부터 차원이 다른 그들만의 복마전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만 해도 대장동은 ‘시간이 멈춘 땅’이었다. 신도시 최고 성공 사례인 판교 개발이 이뤄진 뒤 판교 아래 위치한 대장동 일대에는 2010년까지 난개발을 막기 위한 개발행위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2005년 대장동 개발을 기대하고 땅을 사들인 성남시 공무원들이 사법처리된 것이 조치의 발단이 됐다. 바꿔 말하면 누가 봐도 개발될만한 곳이었다는 얘기다.

개발행위 제한 조치가 풀리기 1년 전부터 대장동 마을회관에 외지인의 발길이 낮아졌다. 개발업자 이모씨와 정영학 회계사 등의 무리였다. 이들은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개발 시행사들이 부딪히는 토지매입, 인허가 등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수천억원을 저축은행에서 빌려 토지매입 작업을 진행했지만, LH와 성남시가 차례로 내놓은 공영개발 방침은 풀기 쉽지 않은 과제였다.

이 무렵부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남욱 변호사 등이 로비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 영입됐다. 2010년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성남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한 유동규 전 본부장과의 교류도 시작됐다. 민간개발로 물길을 바꾸기 위한 로비의 일환이었다.

대장동 공영개발을 추진하던 성남시는 시간에 쫓긴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대장동 공영개발 방침을 내놓은 LH가 이듬해 발을 빼면서 성남시의회에서는 ‘공영개발이 애초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방채 발행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은 시의회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개발업자들이 이미 계약을 걸어둔 대장동 토지 문제도 성가셨을 것이다. 더구나 위례신도시, 성남산업단지 1공단 등 재개발 과제는 산적한 터였다.

성남시의 초조함과 개발사업자의 욕망은 민관 합동 개발로 접점을 찾았다. 사업은 상식 밖으로 설계됐다. 사업의 세 가지 난점인 인허가, 토지매입, 분양 중 앞의 두 가지를 공공부문이 책임지는 구조임에도 민간 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길을 열어뒀다. 공공부문이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규정도 빠졌다.

그렇다고 싼 값에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민관 합동 개발로 진행되면서 공공개발일 경우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 임대주택 공급율 등을 피해 갔다. 그 결과 민관 합작 법인 성남의뜰 지분을 7% 보유한 민간사업자들은 최근 3년간 4000억원 이상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모범적 공익사업”이 이 지사의 말대로 “마귀와의 거래”로 전락한 것이다.

거대한 이익의 저수지를 사업 설계자와 한 줌의 민간사업자가 공유했다. 사업 진행에 따라 개발업자 이씨 등은 쫓겨나고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언론인 출신 김만배 등이 사업 지분을 차지했다. 재벌과 병원, 영화배우에게서 흘러나온 투자금은 막대한 수익으로 되돌아갔고, 민간사업자들 인맥의 언저리에 위치한 정치인과 법조계 인사, 그 가족들이 영문 모를 이득을 봤다. 배운 사람들과 힘 있는 사람들이 여도 야도 따지지 않고 모여 그들만의 축재를 벌였다. 그러는 사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처지가 안 된 원주민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4일 “단군 이래 처음으로 도시 개발사업 성적표가 공개된 사건”이라며 “전국을 뜯어보면 이 것보다 더 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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