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르만 로맨스’로 장편 감독 데뷔 조은지 “알콩달콩 얘기보다 인간관계 탐구에 집중”

2021.11.24 16:05 입력 2021.11.24 21:43 수정

<장르만 로맨스> 시사 직후 조은지(40)는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풀렸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을 때도 온전히 여유를 찾지는 못한 듯 보였다. 그는 “나 자신이 주체가 안될 정도로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부담이 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지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는 20여년 배우 경력을 가진 조은지의 첫 장편 상업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2박3일> 등의 단편을 찍으며 조금씩 연출 역량을 키워왔다. 단편을 눈여겨본 영화사 비리프는 그에게 <장르만 로맨스>의 시나리오를 건넸다. 조은지는 처음엔 당연히 출연 제의인줄 알았다고 한다. 연출 제의를 받아들인 조은지는 김나들 작가의 시나리오에 인물을 확장하고 코미디를 가미해 각색했다.

감독 겸 배우 조은지가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감독 겸 배우 조은지가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영화 제목만 보면 알콩달콩하고 코믹한 멜로영화 같지만, 조은지는 이 영화가 결국 ‘관계’를 탐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여러 커플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고 사랑한다. 처지와 세대, 성정체성이 각기 달라 복잡하다. 7년째 작품을 발표하지 못한 작가 현(류승룡)은 재혼한 부인과 아이를 외국에 보내고 홀로 살아간다. 전 부인 미애(오나라)와는 사춘기 아들 성경(성유빈) 때문에 여전히 교류하고 있다. 현의 친구이자 출판사 대표인 순모(김희원)는 미애와 몰래 연애중이다. 부모에 대한 불만으로 방황하던 성경은 친절한 이웃 정원(이유영)에게 사랑을 느낀다. 동성애자인 작가지망생 유진(무진성)은 현에게 구애한다. 현은 자신이 이성애자라고 알려 구애를 거부하면서도 유진의 재능을 간파해 공동작업을 제안한다. 조은지는 “호감이 서로 부딪히다가 결국 이해되고 이후 인물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중요했다. 오히려 로맨스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나 인물 관계가 평범하지 않더라도 감정선을 잘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과정을 거쳐 감정이 보편적인 것으로 성장하더라도 끝나는 건 아닙니다. 그 감정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깨달아야겠죠. 전 좀 이상한 관계, 감정이 있더라도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일단 부정적인 시선으로 규정해버리면 나 자신이 갇혀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범죄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 마음의 모양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게 필요할까 의심합니다.”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한 장면. 현과 미애는 이혼했지만, 아이 문제로 종종 교류한다.  | NEW 제공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한 장면. 현과 미애는 이혼했지만, 아이 문제로 종종 교류한다. | NEW 제공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한 장면. 현은 7년째 작품을 내지 못한 작가다.  | NEW 제공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한 장면. 현은 7년째 작품을 내지 못한 작가다. | NEW 제공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한 장면. 작가지망생 유진(왼쪽)은 현에게 구애한다.  | NEW 제공

영화 <장르만 로맨스>의 한 장면. 작가지망생 유진(왼쪽)은 현에게 구애한다. | NEW 제공

조은지는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시나리오를 영화화해보고 싶어 단편을 찍다가 장편 연출까지 이르렀다. 오랜 연기 경력을 가진 만큼 그동안 수많은 감독들과 작업해왔다. 다만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따로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다. 조은지는 “출연 배우 성향, 감독 성향, 현장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알고 간다 해도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장르만 로맨스>에는 숱한 베테랑 배우들이 나온다. 조은지 본인도 배우를 겸하기에, 연기 연출은 더욱 쉽지 않았다. 연기를 시연할 때도 조심스러웠다. 유진이 술의 힘을 빌려 현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조은지가 가장 신경 쓴 장면이다. 상황 설정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무진성 배우에게 진짜 술을 마시고 연기할 수 있을지 요청했다. 무진성은 자신도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고 반응했다. 무진성은 혼자 고량주 1병 반을 마시고 연기했다.

배우, 감독을 겸하니 일거리가 2배 늘어났을까. 조은지는 여전히 자신에게 작품이 부족하다고 했다. “얼마 전에 시사회에 어느 감독님이 오셔서 ‘언제 한번 같이 일하자’고 인사하시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붙잡고 ‘언제 불러주실거냐’고 매달렸어요.(웃음)”

감독 겸 배우 조은지가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감독 겸 배우 조은지가 지난 1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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